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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號 8년간의 도전과 과제②]‘김정태식 용인술’…파격인사로 외환·하나 통합 견인

[김정태 하나금융號 8년간의 도전과 과제②]‘김정태식 용인술’…파격인사로 외환·하나 통합 견인

기사승인 2019. 08.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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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銀에 함영주 전 행장 발탁
2년만에 당기순익 1조→2조로 껑충
취임 9개월 만에 전산통합도 마무리
실용 중시한 김 회장 인사철학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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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충격이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초대 KEB하나은행장으로 함영주 당시 부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금융권이 들썩였다.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 등 쟁쟁한 후보군들을 제치고 당시엔 ‘아웃사이더’인 함 전 행장이 수장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은 아니지만 탁월한 영업력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실용을 중시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인사 철학이 투영된 결과물이었다.

이 사례는 김 회장의 ‘용인술’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사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출신과 소속에 구애되지 않고 그룹 발전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는 그만의 능력인 셈이다. 김 회장이 지난 8년간 ‘최장수 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해온 인재를 가려 볼 줄 알았기 때문이라는 평도 나온다.

‘김정태식 용인술’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조372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조2333억원으로, 2년 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당시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이란 과제를 ‘영업력’으로 풀고자 했다. 이에 은행 내에서 ‘영업의 달인’이라 불렸던 함 전 행장을 선택했다. 양사 화합을 위한 다크호스로 함 전 행장이 등극하면서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의 경쟁구도는 자연스레 무너졌다. 함 전 행장은 취임 9개월만에 두 은행의 전산통합을 마무리했고, 2년 만에 ‘순익 2조클럽’에 들어가는 쾌거를 이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2015년 유력 후보군이었던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은 국제통이었고,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전략기획통이었다”라며 “당시 키워드는 전략이나 글로벌이 아니라 영업력이었던 만큼, 충청도 영업전문가인 함 전 행장을 발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다음 선택은 ‘글로벌통’이자 ‘최연소 행장’인 지성규 행장이었다. 함 전 행장은 당시 연이은 실적 호조로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글로벌’이란 경영 트렌드에 맞게 과감히 최연소 지 행장을 발탁했다. 게다가 함 전 행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된 부담으로 은행 수장직에서 내려온 영향도 크다. 이후 김 회장은 함 전 행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외부 수혈’도 과감히 진행했다. 디지털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인 김정한 하나금융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를 선임했다. 실리콘밸리 출신이기도 한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SK그룹 전략기술을 책임져온 인재다. 여기에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도 디지털 분야를 책임지게 됐다. 한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역대 부행장 가운데 최연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글로벌과 디지털에 집중하고 있어 두 인물을 파격 발탁했다”면서 “(김 회장은) 은행과 증권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외부인사까지 선임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그의 실용주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 2016년 취임 이후 한차례 연임하며 4년째 하나금융투자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진국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하나금융 계열사 CEO 중 최장수이자 외부 인사이다.

이 사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급증한 152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형 IB 인가를 받는 등 기업금융 경쟁력도 높여가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추가 증자도 검토 중인데, 이는 이 사장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IB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초대형 IB와 발행어음업 시장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 회장이 은행과 함께 하나금융투자를 그룹의 양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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