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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디플레이션 불안, 자산시장 재편 바람

[장용동 칼럼]디플레이션 불안, 자산시장 재편 바람

기사승인 2019. 09.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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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물가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지수가 1965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0.04% 떨어진데다 올 들어 7개월간 0%의 상승률을 기록한 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국내 경기를 견인해온 수출이 지난해 말부터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8월도 지난해 동월대비 13.6% 줄어드는 등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체감 경기 역시 갈수록 식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 등이 고용과 경영에 지속적으로 후유증을 야기하고 있는데다 각종 투자 지표를 비롯해 경기선행지표 등이 어두운 경기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세계 경기 역시 미·중 무역 분쟁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으로 더욱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실제로 선진 각국은 이 같은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차 양적 완화, 금리인하 등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디플레이션은 경제의 위험신호다. 발단은 물가하락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지만 이로 인해 경기위축이 가속화되면서 재차 공급초과현상이 발생하고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근로자 임금 삭감 등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든다는 게 문제다. 1992년부터 경험했던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입에 오르내리고 당시와 비교하는 여러 경제 상황 등이 최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범위한 초과 공급 상태를 극복하기 어렵고 한번 빠져들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인플레이션보다 파괴적인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아직 디플레이션 운운하기엔 너무 성급하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 하락만으로 이렇게 단정 짓는 것은 너무 과하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물건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단초가 된 8월 소비자 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해 가격이 올랐던 농산물이 올해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하락한 기저효과로 마이너스 수치가 나온 것으로 분석하는 게 옳다.

그렇다고 디플레이션으로의 진전을 무시해도 될까. 대내외적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국내적으로 저성장에 실물경기 침체, 좌우 극한 정치대결 등 삼각파도가 닥치고 대외적으로는 미·중무역 전쟁과 일본과의 불화, 중동 오일쇼크 우려 등이 우리의 의지와 달리 해소되기 쉽지 않다. 0%대의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도 있다. 결국 소비 및 투자 위축이 경기침체로 나타나 기업도산 증가→실업증대→자산디플레이션 심화→장기적 복합불황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렇게 된다면 자연히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와 주식 같은 금융자산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및 채권 투자, 금과 달러 매입 등이 성행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험성 헤지수단으로 파악된다.

향후 자산시장은 롤러 코스터를 탈 공산이 크다. 우선 경제 침체기 저금리 상황은 필연적이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나 시간의 문제일 뿐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산재편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다. 불황초기 현금 자산의 중요성이 부상하겠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수입 감소는 실물자산투자를 부추기는 게 생리다. 불황속에서 부동산만큼 안정적인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은 없다. 벌써부터 법인형태의 대출로 꼬마빌딩을 공동 매입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게 그 증표다. 1%대 저금리 시대에 5%대의 부동산 임대수익은 ‘황금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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