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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의 탈(脫)한국 계속되면 경제 암울해진다

[사설] 기업의 탈(脫)한국 계속되면 경제 암울해진다

기사승인 2019. 09.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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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과 수출·설비투자 등에서 우리 경제에 계속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만 조국 사태가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아예 실종되고 있다. 오죽 했으면 “경제는 버려진 자식인가”라며 기업인들이 절규하겠는가? 야당도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일만큼은 여당에 협조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 조국 사태를 하루빨리 정리하고 이런 절규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일부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제조업, 금융업 등의 기업들이 청장년층의 일자리를 늘린 게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60세 이상 비제조업 분야 일자리를 늘린 결과 고용지표가 개선됐기 때문에 이를 우리경제 회복의 신호로 볼 수는 없다. 그런 해석이 가능하려면 기업들의 투자와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나야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 등의 요인으로 전세계적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일본과의 갈등도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국내적 요인도 컸던 게 사실이다. 당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 의무화 등이 우리 기업들의 단기적 비용을 높여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전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소위 ‘탈(脫)한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조업 해외투자가 1년 새 140.2% 급증한 5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본사를 해외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공장만큼은 국내보다 ‘한국을 탈출해서’ 해외에 지은 기업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달러로 전년 대비 44.9%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맥쿼리은행·바클레이즈·골드만삭스 등이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서울이 매력이 없는 시장, 외국 금융사의 무덤이 됐다는 이야기다. 현 정부 들어서 서울의 금융허브 순위가 12계단이나 추락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확신이 점점 부족해지고 불확실성은 커지다보니 우리경제의 통화인 ‘원화’를 탈출해서 더 안전하고 가치를 보전할수 있는 통화로 옮겨 타는 경향이 짙어졌다.

기업들은, 엄밀하게 말해 기업가들은 경제의 역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다. 이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성장도 투자도 그 결과 나타나는 고용과 임금의 상승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지출로 경제후퇴와 고용악화를 단기간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거둘 세원을 줄이는 그런 방식의 경제운용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살려면 결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들이 경제성장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왜 우리나라를 떠나려고 하는지 파악해서 무엇보다 과감하게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게 마음을 붙들 정책들을 실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정책은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실행하는 게 좋을지 체계적 정리가 요구되지만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기업인들을 과잉범죄화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서 “대표이사를 물러났다고 하면, 감옥 갈 일 없어졌다고 축하하는 일은 없게” 만들어야 한다. 또 노동법과 관련해서도 너무 노조편향적이어서 투자를 망설이게 하지 말아야 하고 법인세 등도 과감하게 인하해야 한다.

여당 안에도 경제와 기업에 밝은 전문가들이 있고, 재계에서도 어떻게 하는 게 탈(脫)한국을 막을 것인지 의견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정책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게 아쉽다. 아마도 여당 내 경제전문가들이 그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당내 세력이 약해서 이를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도 우리 경제가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업인들이 아예 우리나라를 떠나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경제는 버려진 자식인가”라며 절규하고 있지만 당장 주52시간제의 완화를 비롯해 산적한 문제들은 논의조차 실종된 상태다. 이들의 절규를 외면하면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려고 할 것이고, 그럴수록 우리 경제에 희망이 사라진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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