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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온다고 쓰레기 뿌리고 수거하는 ‘쇼’ 행정

[사설] 장관 온다고 쓰레기 뿌리고 수거하는 ‘쇼’ 행정

기사승인 2019. 09.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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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진도군이 ‘보여주기 행정’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20일 진도의 가계해수욕장에서 연안 정화의 날을 맞아 쓰레기 줍기 행사가 있었는데 군청에서 미리 트럭을 동원해 쓰레기를 실어다 해변에 뿌려 놓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이를 다시 수거했다. 장관이 온다고 쓰레기를 뿌려 놓은 것인데 보여주기 행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진도군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했다. 진도군은 1t 트럭 6대 분량의 쓰레기를 행사장 인근 해변에 버리고 행사 당일 문 장관, 전남도 부지사, 해양환경공단, 수협, 어업인, 초·중·고 학생 등 600여 명이 해변에 쌓인 쓰레기를 2시간 동안 치우도록 했다. 이날 행사가 보여주기 쇼라는 것을 알게 된 참석자들은 혀를 찼고, 특히 학생들의 실망은 대단했다고 한다.

문 장관은 이에 유감을 표시하고,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과장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당일 행사 참석자들이 실제 체험을 해 보자는 취지로 사전에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둘러댔다. 공교롭게도 진도군은 올 해양 쓰레기 관리 최우수 지자체다.

아무리 장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행사를 포장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쓰레기를 트럭으로 실어다 해변에 버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공무원들이 아직도 이런 쇼 행정으로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변명을 해도 진도군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 투기다. 환경단체는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황당한 일은 2016년 세종시에서도 있었다. 한 농민이 밭에 퇴비를 뿌렸는데 지역구 이 모 의원이 냄새난다고 시청에 민원을 냈다. 이에 놀란 행정부시장이 현장에 나가 민원 해결에 나섰다. 농민은 밭을 갈아엎고, 퇴비 15t을 수거하는 소동을 벌였다. 일반인 민원이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퇴비 수거 소동이나 쓰레기 투기 쇼는 대표적으로 시대를 거스르는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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