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창간 14주년 인터뷰] ‘블랙머니’ 이하늬 “뻔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캐릭터 세심하게 연구해요”

[창간 14주년 인터뷰] ‘블랙머니’ 이하늬 “뻔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캐릭터 세심하게 연구해요”

기사승인 2019. 11. 13. 00: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블랙머니'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올해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배우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하늬는 마음 속에 항상 '헝거(hunger)'가 자리하고 있길 바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9년 드라마 '파트너'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드라마 '상어' '모던파머', 영화 '연가시' '타짜-신의 손' '부라더'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 결과 올 1월 개봉된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의 만능 해결사 장형사 역을 맡아 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렸고, 4월 종영된 드라마 '열혈사제'에서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검사 박경선 역을 열연하며 시청률 22%를 기록했다. 이하늬는 흥행이 자신의 공이 아닌 함께 한 배우, 스태프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이하늬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의 인터뷰에서 "두 작품이 모두 나 때문에 흥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만배우 타이틀은 저에겐 아직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이고, 팀의 일원이었기에 가능한 영광스러운 일이었죠. 나이가 어렸다면 흥행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망상을 하기에는 연차가 10년이 넘었죠. 많은 좋은 합과 시기, 배우와 스태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호흡이 더해져 일어난 일이에요. '극한직업'이 1600만을 넘는 동안 기적, 선물, 은혜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블랙머니'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소재를 바탕으로 극화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매각 등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하희는 극중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나리 역을 맡았다. 양민혁(조진웅) 검사와 함께 금융 비리의 실체를 마주하고 공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부담감도 있었지만 시나리오에 재미를 느꼈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제가 연기하고 싶은 시나리오였죠. '극한직업' '열혈사제'의 좋은 에너지를 털고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았고, 캐릭터가 다각적이라 좋았어요.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두면서도 영화가 가진 재밌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도 좋았고, 현시대를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정지영 감독님과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블랙머니'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하늬가 맡은 김나리는 언제나 당당한 애티튜드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로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자랑하는 엘리트 변호사다. 감정의 완급 조절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완급 조절이 김나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웃지만 단단하고 여유있는 내공의 여자이기에 최대한 그런 에너지를 존재하게 하면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대사를 화려하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였기에 감정의 조절에 최대한 집중한 것 같아요."


이하늬는 전작에서도 형사, 검사, 변호사 등을 연기하며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다.


"같은 법조계라고 하지만 '열혈사제' 검사와 '극한직업' 형사, '블랙머니' 변호사는 너무 달라요. 카테고리로 보면 같은 직업군인데 저도 헷갈리더라고요. '비슷하게 했어야 했는데 다르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라 영화에는 모피아 논란,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 등 병폐들을 거침없이 찌르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실화이기에 출연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 했지만, 이하늬는 두려움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배우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 이야기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정말 억울하더라고요. '왜 이걸 이렇게까지 몰랐지?'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흥행을 떠나 이 이야기는 대중이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사건은 사실 굉장히 심플한 사건이에요. 70조짜리 우리나라 은행이 1조7000억에 외국 자본에 넘어간 사건이고, 내년에 국재중재재판이 열려 국가(한국)와 외국 기업이 싸우게 된대요. 그런 재판이 열리게될 경우 국가가 패소하는 경우가 99%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패소할 경우 5조라는 금액을 보상해야 하고, 그걸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되는 상황이 오는거에요. 그러면 국민으로서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이하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게 내 몫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 등의 이슈는 대중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전까지는 '나 혼자 행복하고 싶다' '내 가족만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나 혼자 행복하고 있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이제 피부로 와 닿고 생활에 위협이 될 정도가 됐기 때문에 더 좋은 방법으로 어떤 대책이 있을지 함께 생각해야 할 때에요. 이전에는 조작된 것들을 대중이 공유하지 못한 시대였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중요한 단추가 '블랙머니'가 되길 바라고, 실제와 허구가 영화 안에 있기에 '어떤 게 실제지?'라면서 영화를 재밌게 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블랙머니' 이하늬/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하늬의 시작은 미스코리아였다.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됐고, 2007년 미스 유니버스 2007 대회에서 4위(3rd runner-up)에 올랐다. 이후 2009년 KBS2 드라마 '파트너'로 통해 배우의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윌리암모리스엔네버와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노력해서 해낸 성취감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했다.


"어릴 때는 빨리 그(미스코리아) 왕관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여유가 생겼는지 영광스럽고 감사해요. 인생에 있어서도 배우로서 감사해요. 우리 모두가 미스코리아지만 저는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했고, 한국 문화에 트레이닝 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런 메신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하늬는 자신의 행복도에 대해 80%라고 답하며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재가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을 받고 천만이 되면 누군가 저를 안쓰럽게 보는 상황도 있더라고요. 직업으로 삼고 있고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물론 힘든 때도 있었는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좋은 배우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고 좋은 일, 좋지 않은 일을 다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전히 배고프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항상 그랬으면 좋겠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집중하고 제가 감사할 수 있는, 꿈의 현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