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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진강 핏물로 오염시킨 허술한 돼지 살처분

[사설] 임진강 핏물로 오염시킨 허술한 돼지 살처분

기사승인 2019. 11.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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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막기 위해 살처분된 돼지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대형사고가 났다. 12일 연천군과 이 지역 시민단체에 따르면 연천군은 16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고, 이 중 4만5000마리를 민통선 내 군부대 야적장에 쌓아두었다. 이로 인해 사체 침출수가 임진강 상류인 마거천 일대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대형 인재다.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관내 모든 돼지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해 매몰작업을 진행해왔는데 매몰지 확보가 늦어져 민통선 내에 죽은 돼지를 일시 쌓아두었다. 이곳에서 1㎞ 하류는 연천군 주민 7만여 명에게 하루 5만t의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연천군은 상수원이 오염되지 않도록 펌핑 작업을 통해 침출수를 걷어냈다고 밝혔다.

주민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쌓아 놓은 돼지 더미에서 핏물이 흘러들었고 이틀 후인 11일에 하천이 핏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는 10일 내린 비로 침출수가 대규모로 쓸려갔다며 상수원 오염을 걱정했다. 사태가 심각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가 매몰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 중이고, 환경부는 이번 일로 수돗물이 오염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태는 몇 가지를 돌아보게 한다. ASF 발병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당사자인 축산 농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연천과 인접한 강원도의 경우 철저한 예방 관리로 ASF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또 매몰 용기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16만 마리를 살처분한 것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침출수는 2010~2011년 구제역으로 소 15만마리, 돼지 330만마리가 매몰됐을 때도 문제가 됐다. 당시 토양오염과 지하수 오염이 있었다. 2차 피해다. 연천 사태도 양은 적지만 분명 지하수 오염이 있을 것이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이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ASF나 구제역은 철저한 방역만큼이나 중요한 게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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