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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인의 눈과 관점으로 매장 위치 정해야

[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인의 눈과 관점으로 매장 위치 정해야

기사승인 2019. 12. 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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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 고집하면 성공 어려워
최근 베이징에 아주 호감이 가는 우리 기업의 한 ‘복합문화공간’ 아이템이 오픈을 했다. 아이템의 내용이나 구성으로 볼 때 지금의 중국 시장에서 꽤나 흡입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요즘 중국 내의 쇼핑몰, 대형 백화점, 나아가 급속히 확대되는 테마파크 등이 열심히 찾고 있는 바로 그런 아이템 중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이제 중국은 인터넷을 통한 상품 구매 및 배송의 발전이 워낙 빠르다. 그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각 유통 시설들은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객들이 직접 유통을 방문, 그 시설 내에서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체험식’ 아이템들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윤철
고윤철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그런데 이런 좋은 아이템이 위치한 곳이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이라는 것에 다소 애석한 마음이 든다. 왕푸징이라는 거리는 농촌 사람들이 톈안먼(天安門) 광장이나 구궁(故宮)을 관람하고 난 후 지나가면서 들리게 되는 그런 곳이다. 베이징 시민들은 좀처럼 가지 않는 곳이다. 왕푸징 거리가 베이징 문화의 중심지라는 것은 한참 과거의 얘기이다. 그런데도 왕푸징 거리가 ‘서울의 명동’이라는 오해 때문일까 아직도 이곳에 첫 진출하는 한국 기업 매장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필자가 난징(南京)에서 쇼핑몰을 오픈할 때 K-POP과 관련해 멋진 복합문화공간을 연출하는 우리 기업의 한 아이템과 입점을 진행한 적이 있다. 들어 보니 이 기업도 중국 내 기존 첫 매장의 위치가 아이템과는 잘 어우러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첫 매장이 성공적인 운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추후 아이템의 전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애석하게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매장의 위치를 정함에 있어 종종 우리의 눈과 관점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사전 검토는 이뤄지겠지만 말이다. 비근한 예를 하나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하루 비행기를 타고 와서 주변을 돌아보고 예정된 매장의 위치가 내 상품이나 서비스에 적합한 지의 여부를 결정하려 하는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곳 주변의 상업적 환경에 대한 겉면만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실제적인 속의 내용은 볼 수가 없게 된다. 필자에게는 이런 경험도 있다. 때는 과거 한국 회사에 근무할 당시였다. 하루는 본사의 소개로 몇몇의 한국 사람들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중국 지도를 펼쳐 놓고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좋은 부지라면서 많은 곳을 추천했다. 이들이 소개하기를 자신들은 한국에서 유통업체들에게 적합한 부지나 매장을 찾아 중개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에 온 지는 2년이 채 안 됐다고 했다. 당시 필자는 이들이 한국 업체가 아닌 중국 유통 업체들에게도 부지와 매장을 추천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중국에 처음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크고 작은 매장의 위치를 선정할 때 조금 더 중국인들의 눈과 관점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출하고자 하는 도시에서 설령 빼어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다년간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인 경력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볼 것을 필자는 권하고 싶다. 그러면 예정된 매장 위치에 대한 중국인 경력자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살아 있는 주변 상권 내용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현지에서는 이런 경력자들(보통 우량 기업 임원급 혹은 관련 기관 간부급)을 시간당 소개시켜주는 전문 회사들도 있다.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종종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 유통 기업들도 자신들이 익숙하지 못한 지역으로 진출하고자 할 때는 해당 지역의 지인이나 경험자를 찾아 그들의 의견을 묻고는 한다.

한 마디 더 첨언할 것은 중국이 워낙 크고 지역별 차이가 많다 보니 반드시 진출하고자 하는 동일 도시에서 다년간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그런 중국인 경력자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의 경험으로 해당 도시의 상권 내용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예컨대 다롄(大連)에서의 경력자가 베이징 시장을 얘기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고윤철 (현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난징 홍양弘陽그룹 상업부문 부회장, 난징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농심 상하이, 베이징 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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