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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보이지 않는 손’ 임창욱 명예회장…대상의 수렴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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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보이지 않는 손’ 임창욱 명예회장…대상의 수렴청정

김지혜 기자 | 기사승인 2020. 0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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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홀딩스 지분 4%뿐이지만
오너家 지분으로 20년간 막후경영
감옥서 계열사 13곳으로 늘리기도
전문경영인 체제에도 지배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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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란 그룹은 흥미롭다. 삼성가(家)와 사돈을 맺었던 기업이란 점도 그렇지만 여느 식품기업들이 오랜 기간 오너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찌감치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점도 특이하다.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71)은 1987년부터 그룹을 이어받아 단 10년간(1987~1997년) 대상 대표이사로 지냈다. 한창 경영능력을 꽃피울 40대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표면적으로는 지분을 증여하며 임세령(43)·임상민(40) 두 자매에게 승계가 이양되는 듯 보이지만 임 명예회장이 대상홀딩스를 앞세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주회사 ‘대상홀딩스’가 곧 임창욱 회장인 셈이다.

2005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은 임 회장의 불법 비자금 조성 비리가 터지며 구속된 해이다. 이 해에 대상은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내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다. 대상을 투자회사 ‘대상홀딩스’와 사업회사 ‘대상’으로 나눈 후 대상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다. 대상과 대상팜스코 지분을, 대상홀딩스와 맞바꾸는 형식으로 주식 교환 절차에 들어가 임세령 전무와 임상민 전무의 당시 대상홀딩스 지분은 각 22.4%, 31.3%로 늘어났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에 임상민 전무가 36.71%로 최대주주이며, 이어 임세령 전무가 20.41%로 두 자매가 대상홀딩스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의 최대주주(39.28%)로 결국 대상은 오너일가의 소유인 셈이다. 임 회장은 대상홀딩스 지분 4.09%, 대상 1.18%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시 임세령 전무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결혼한 상태였고, 임상민 전무도 대상에 입사 전이란 사실만 본다면 결국 임 회장이 자식에게 지분을 모두 양도한 상황에서 ‘대상홀딩스’로 대상의 사업 전반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상홀딩스=임창욱’이란 공식이 완성되는 셈이다.

오너의 부재 속에 대상이 활발한 사업을 펼쳤던 점만 봐도 그렇다. 2005년 임 회장은 구속된 상황에서도 1년7개월 수감 기간(2007년 2월 특별 사면으로 출소) ‘옥중 경영’으로 2006년 3월 스마트카드업체 ‘마이비’ 인수, 8월 ‘나드리화장품’, 11월 두산 ‘종가집 김치 사업부문’ 등을 인수하며 국내 계열사를 13개로 늘렸다.

임 회장의 후계로 유력한 임상민 전무는 2008년 대상그룹 계열 투자회사인 UTC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이후 영국 유학을 거쳐 2012년 10월부터 대상 전략기획본부장으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임세령 전무 역시 결혼이란 10년 공백이 있은 후 2010년 6월 대상에이치에스(대상HS·옛 와이즈앤피) 대표에 취임하며 복귀했다. 임세령 전무는 2012년 12월 대상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디렉터(직급 상무)로 임명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임 명예회장은 1997년 대상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란 직급으로 그동안 대상의 중추적 역할을 계속해서 해온 셈이다.

임세령 전무가 201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청정원의 대규모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리뉴얼 작업을 진두지휘한 것도, 임상민 전무가 2015년 17년 만에 대상이 라이신(동물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사업에 재진출하는 데 기여했던 것도 모두 임 회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97년 임 회장이 대상 대표이사를 내려놓으며 전문경영인 출신인 고두모 회장을 시작으로 2~5년간 경영인을 교체했던 점을 봐도 그렇다. 임 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 혁신담당 전무 출신의 박성칠 사장을 임명해 과일잼 및 과일차 제조·판매 회사인 복음자리, 천일염 제조 법인인 신안천일염 설립, 외식업체인 와이즈앤피(현 대상 HS) 설립, 유기농식품 프랜차이즈 유통업체 초록마을 인수,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 설립 등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이 시기는 임세령 전무가 이혼 후 대상으로 복귀하던 때와 맞물린다. 이어 명형섭 대표이사가 임명돼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대상을 이끌었으며, 2016년 대상은 식품BU와 소재BU를 분리해 별도의 경영조직으로 편제하고, 이상철·정홍언 대표이사를 선임해 부문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 2016년은 임세령·임상민 자매가 전무로 승진을 하며 임세령은 식품BU의 마케팅담당 중역을, 임상민은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을 맡게 된 해이기도 하다.

이상철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짧게 맡았다 현재는 임정배 대표가 식품BU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임 회장의 ‘은둔경영’은 보수적인 식품회사답게 실적에서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대상의 연매출은 3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정체돼 있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 전후다. 올해 역시 그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 흐름도 후계구도가 본격화된 2009년부터 지난 10년 사이 청정원으로 리뉴얼된 2014년에 5만73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라이신 사업에 재진출을 한 해인 2015년 4만9550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반토막난 상태다. 현재 대상의 주가는 2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성장 정체 중인 상태에다 미래 먹거리 사업도 불확실해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대상은 올해 미국 공장 진출을 반드시 이뤄야 할 시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일찌감치 두 딸인 임세령·임상민 전무에게 지분을 양도하고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난 듯 보이지만 두 딸의 우호지분으로 대상홀딩스를 호령하며 계속해서 오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대상이 올해 추진하는 미국 공장 설립 등도 임 회장의 머릿속에서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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