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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진출 경쟁…하나금투 ‘두각’ 신한금투 ‘주춤’

초대형IB 진출 경쟁…하나금투 ‘두각’ 신한금투 ‘주춤’

기사승인 2020. 0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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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5000억 유증 추진
인가 요건 자기자본 4조 '시간문제'
신한금투 '라임 사태'에 전전긍긍
지난해 자격 얻었지만 신청 해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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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간판을 누가 먼저 달까.’ 금융지주 계열 증권업계 라이벌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최대 승부처다. 특히 그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적극 지원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최근 판세는 하나금투가 승기를 잡은 형국이다. 하나금융이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하면서다. 증자가 완료되면 초대형 IB 요건(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추게 된다. 정통 증권맨인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새 사업 진출과 수익 다각화로 상위 증권사들과 선두 경쟁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신한금투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하나금투보다 앞서 초대형IB 요건은 만들었지만 ‘라임 사태’ 등 여러 악재에 휘말려 인가 신청 자체가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병철 신한금투 사장은 채권·IB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글로벌투자금융(GIB) 강화로 방어전에 나설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오는 2월 초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하나금투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논의할 예정이다. 1분기 내 증자 작업을 완료할 전망이다.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조4298억원이다. 2018년 3월(7000억원)과 12월(5000억원)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채웠지만, 초대형 IB 자격 요건인 4조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추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이유다.

증자가 완료되면 초대형 IB 획득 후 단기금융업 인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다. 현재 초대형 IB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며,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이다.

한발 앞섰던 신한금투는 ‘초대형IB 6호’ 타이틀을 뺏길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지주로부터 6600억원을 지원받아 3분기 말 자기자본은 4조1983억원이다. 올해 인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발목이 잡혔다. 라임자산운용 일부 펀드의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맡은 신한금투는 미국 운용사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초대형IB 인가 시 내부통제시스템, 과거 제재 이력, 향후 제재 가능성 등을 엄격하게 들여다본다.

향후 실적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은 신한금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3분기엔 하나금투가 IB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역전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투의 누적당기순이익은 2114억원으로 신한금투(2021억원)보다 소폭 앞섰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IB부문에서는 하나금투가 웃었다. 하나금투의 IB부문 순이익은 2140억원으로 신한금투(1736억원)보다 404억원 많았다.

그러나 자산관리(WM) 부문과 홀세일 부문 등에서는 신한금투가 하나금투보다 많은 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관리(WM) 부문은 신한금투가 2466억원, 하나금투가 1646억원이었고, 홀세일 부문은 각각 556억원, 305억원이었다.

그룹 내 비중은 하나금투가 좀 더 높다. 하나금투는 2016년 6.5%, 2017년 7.2%, 2018년 6.8%에 머물렀으나 두차례 증자가 완료된 2019년 3분기에는 10.4%를 기록해 두 자릿수로 올랐다. 신한금투가 신한금융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7%에서 지난해 8%로 소폭 확대된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초대형 IB 인가 여부에 따라 하나금투와 신한금투가 어떤 성적을 낼지가 관건인 셈이다. 김병철 신한금투 사장은 올해 글로벌투자금융(GIB)·고유자산운용(GMS) 조직을 확대하고 인프라 및 부동산 금융 등 대체투자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 역시 하나금융의 ‘원 IB’ 전략에 따라 그룹의 IB 역량을 한데 모아 정보를 공유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안에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초대형IB 인가와 발행어음 사업 진출 수순을 밟을 전망”이라며 “올해에도 IB 딜(거래) 주관을 확보에 주력하고 수익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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