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김창희 칼럼] 지방 사립대학들의 생존, 아직 늦지 않았다

[김창희 칼럼] 지방 사립대학들의 생존, 아직 늦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0. 02. 03. 19:2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창희 (호주 케언즈연구원 연구위원)
김창희 호주 케언즈연구원 연구위원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지원이 마감됨에 따라 전국의 대학들이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 속에서 ‘고객유치’에 선방한 대학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지방 소재 4년제 사립대학과 전문대들은 굳이 내색하지 않아도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올해 선방했던 대학도 올해의 ‘실적’이 내년까지 보장되지 않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여러 경로로 이러한 사태가 도래한 것이라는 경고를 대학들에 보내왔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대학들의 안이한 태도 이면에는, 변화를 꾀하고 혁신을 이루어내기에 몸집이 너무 무거운 대학행정 자체의 속성도 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대학교육의 의미와 주(主)고객인 Z세대들의 가치관을 고려할 때,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이 고집하는 자화상은 너무나 낡고 매력도 없다. 교수 혼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수법과 여러 줄로 줄지어 세팅된 ‘공장’형 강의실, 이런 캠퍼스 풍경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굳이 달라진 걸 하나 꼽자면, 팀 발표 도중 뒷줄의 학생들이 소셜 미디어의 딴 세상에 빠져 있는 풍경 정도다.

“앞으로 10년 우리의 고객은 누가 될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화두만 제대로 던져도 대학들의 변화를 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풀 해법은 하나로 정해져있지 않지만, 각 대학들이 가진 강점을 ‘특성화’한다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학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특성화’란 “취업률 xx% 대학” “9급 공무원 xx명 합격”과 같은 피상적 홍보를 넘어서 고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핵심서비스를 말한다. 이런 특성화 전략은 여러 방면에서 고려될 수 있다. 기존의 일방적 교수법 대신, 팀 워크 중심의 문제중심학습법(Problem-Based Learning)을 제공하는 것도 그런 특성화의 사례다. 이를 통해 협업과 문제해결 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한 싱가포르의 한 전문대학에서는 이를 15년 넘게 성공적으로 적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가 문제중심학습법을 커리큘럼에 적극 반영해 산업계로부터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글보다 영상을 중시하는 Z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 예컨대 미국 미네르바스쿨 형식의 온라인 토론형식을 교과과정에 도입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이는 면대면(面對面) 수업과 온라인 토론의 융합을 통해 학생들과 교수진 간의 지적 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각 대학은 이처럼 교수자들의 역할과 교수법의 획기적 변화를 통해 타 대학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교수법 외에도 시도해 볼 만한 특성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가령 Z세대들은 해외 커리어 경험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대학이 가진 네트워크와 역량을 결집해 해외 특정국가에 대한 현장교육 및 외국기업 탐방 등을 정례화한다면 Z세대들의 안목을 키워줄 수 있다. 일부 대학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자원과 홍보노력이 투입된다면 Z세대들의 달라진 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이처럼 교과과정 외에도 학생들의 견문을 넓힐 다양한 특성화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하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들을 교육현장에서 실행하려면 학교구성원들의 지지, 교수진의 재교육훈련, 학사 평가방식의 개선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편히 앉아 기다려도 고객으로 북적이던 호시절은 갔다. 외국인 유학생들로 머릿수를 채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고객의 발길이 점차 끊기는 식당의 주인이나 구성원이라면, 고객의 구미를 당길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나서야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적지 않은 예산, 시간, 인력 등이 들어가겠지만 문제는 그런 시도를 해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