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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놓고 검사들 불만 최고조…추미애 “풀어내야 할 과제”

수사·기소 분리 놓고 검사들 불만 최고조…추미애 “풀어내야 할 과제”

기사승인 2020. 02. 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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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들 "기소 염두하지 않은 수사 가능한가"…선배검사들도 공감 댓글
"검사장 회의록 공개하라"…법무부 검찰과장 "전례 없어 요지 위주로 전달"
[포토] 신임 국무위원 인사말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앞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선에서 근무 중인 평검사들이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법무부 간부가 직접 수사·기소 분리 추진 배경설명에 나서는 등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31·사법연수원 44기)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법무부에서 추진 중인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관이다. 소추는 판결 선고를 종국점으로 해 수사의 개시시점부터 계속해 끌고 가는 행위라고 배웠기에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문제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위 이슈들은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과연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의 동기인 구자원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33·연수원 44기) 역시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 검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상당 부분의 수사권이 경찰에게 부여됐고 그런 큰 방향이 정해진 마당에 다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분리한다는 것인지 선뜻 와 닿지 않았다”며 “수사·기소 주체 분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떻게 작용할지,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지금 현재로서는 도저히,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차가 낮은 평검사들이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문제를 삼자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박재억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등 선배 검사들도 “공감한다” “같은 의문이 있다” 등의 댓글을 달고 후배검사들의 의견을 지지했다.

홍승욱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같은 선배로서 가만히 있기 부끄럽다”며 “깊이 공감한다. 일선에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것은 단독제 관청인 개개의 검사들이므로 검사장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 전례가 없다는 명분은 궁색하다”고 추가 의견을 달기도 했다.

검사들이 반발성 목소리를 내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49·연수원 30기)은 법무부가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검찰제도의 역사 등을 들어 설명하는 댓글을 달았다.

김 과장은 “검사에게 부여된 수사권은 수사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사법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위한 본원적 권한으로 인정된 것”이라며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직접 피의자 등을 심문해 증거를 수집하는 형식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반적인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에 대해서도 “공소관으로서 수사를 주재·지휘·감독하면서도 직접 ‘선수’가 돼 수사활동을 하게 되므로 동일인이 수사와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같이 한다”며 “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공소관의 본연의 역할과는 사뭇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직접수사 사건이 수사의 직접주체와 그 감독·통제 및 공소관 또한 동일인이라는 점에서 규문주의에서 벗어나 근대 형사법의 탄핵주의 절차로 도입된 공소관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외부의 자성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선 “검사장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주요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이 전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추 장관은 “검사의 직접수사 영역을 많은 나라가 특이하게도 우리 대한민국”이라며 “수사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수사를 했으면 이것을 반드시 기소하지 않으면 체면이 안 살죠. 그래서 객관성, 공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태로는 좀 조직적인 반발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개혁은 누군가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국민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이 개혁의 방향이 옳다는 것이고, 어쨌든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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