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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 행보에 KB 미래가 보인다…글로벌 IB·디지털에 방점

윤종규 회장 행보에 KB 미래가 보인다…글로벌 IB·디지털에 방점

기사승인 2020. 0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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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美·동남아 등 출장길 올라
금융 CEO들 만나 전략적 제휴 이끌어
투자설명회·IR 등 유치에도 적극 나서
'CES2020'도 참석하며 IT 트렌드 확인
윤 회장 연임 위해 조직안정 집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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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이번 달 초, 10시가 넘은 늦은 저녁.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사업단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직원들이 다음 날 있을 격리 우한 교민 리브엠(Liiv M) 유심(USIM)칩 지원을 준비하느라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야밤에 버선발로 달려온 것이다. 윤 회장의 격의 없는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한 KB 자회사 관계자는 윤 회장의 평소 성품에 대해 “가끔 깜짝 놀랄 만큼 세심한 부분까지 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최근 반 년간 행보를 보면 KB의 미래가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바쁘게 국내외를 오가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 바로 ‘글로벌 IB’와 ‘디지털’, 그리고 ‘조직 안정’과 ‘고객 소통’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 KB금융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권 최대 리스크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도 빗겨 갔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잇달아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투자유치와 사업기회 모색에 주력했다. 지난해 10월 14~20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 석차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신 현안을 현장에서 직접 들여다 보고, 동남아 등 여러 나라의 금융당국 관계자와도 접촉해 해외진출의 발판을 다지기 위한 행보다.

방미 기간 중 미국 상위권 금융그룹인 스티펠의 론 크루주스키 스티펠 회장과 직접 만나 투자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스티펠은 IB 부문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인 만큼, 윤 회장이 스티펠과의 제휴를 통해 영미권 IB시장에서의 KB금융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과 이자수익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낀 만큼, 글로벌 IB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선진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며 “글로벌 IB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한 IR과 NDR(투자설명회)에도 적극적이다. 윤 회장은 9월 말 영국과 노르웨이 등에서 연기금과 피델리티 등 투자자를 만난 데 이어 11월에는 캐나다 토론토, 몬트리올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KB금융의 강점을 어필했다.

윤 회장의 행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그는 IT기술과 디지털 전환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룹의 미래를 이곳에서 찾는 모습이다. 작년 10월 28일에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서비스인 리브엠(Liiv M) 론칭 행사가 열렸다. 2017년 구글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MVNO 사업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들은 “윤 회장의 노력이 없었으면 시작도 어려웠을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현행 은행업법상 은행은 고유의 업무가 아닌 통신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금융당국을 꾸준히 설득했다. 그 결과 규제를 예외 적용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리브엠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IT와 금융의 접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금융 서비스 분야도 예외 없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KB금융의 미래 경쟁자는 알리바바, 구글 같은 IT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의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은행업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디지털·IT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드러난다. 윤 회장은 올해 첫 출장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 박람회 ‘CES 2020’에 각 자회사 임원들과 실무직원들을 이끌고 참석했다. IT·로봇·인공지능 등 최첨단 신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CES는 그 해의 신기술 등 디지털 트렌드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KB금융 관계자는 “IT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CES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조직 안정에도 주력하고 있다. 작년 10월 24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허인 국민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데 이어 12월 20일에도 대추위에서 자회사 최고경영자 전원을 유임시켰다. 이에 올해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해 쇄신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DLF와 라임펀드 사태에서도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만 유일하게 빗겨서 있는 점을 봐도 윤 회장의 조직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KB금융 관계자는 “보수적이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보수적 경영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윤 회장은 새해 첫 행보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KB국민은행·KB손해보험 콜센터 방문을 선택했다. KB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이 평소에도 자주 고객들의 민원을 캡처해 SNS로 보내곤 한다”며 “따로 말씀은 안하지만 항상 고객의 소리를 주시하라는 무언의 지시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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