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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럽고 따끔거린다고 다 같은 ‘질염’ 아냐

간지럽고 따끔거린다고 다 같은 ‘질염’ 아냐

기사승인 2020. 02. 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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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검색·민간요법 의존하다…자궁경부암·불임 각오해야
질염 모형 사진_강동성심병원
질염은 감염으로 질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평소보다 냉이 많고 질이 가렵거나 따끔거리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질염은 땀이 많이 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철에 많지만,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한 여성질환이다.

◇ 잦은 질세정·과도한 항생제 복용도 원인

건강한 질은 90~95% 이상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의 질에서 약간의 시큼한 식초 냄새가 나는 것이 바로 이 균 때문이다. 이 유익균은 산을 분비해 병균성 세균 감염을 예방해 주는 약산성(pH 4~5) 상태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잦은 질세정과 과도한 항생제 복용은 pH농도를 중성으로 변화시켜 감염이 쉽게 되는 질 상태를 만든다.

질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감염은 칸디다 질염,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등이 있다. 칸디다 질염은 진균(곰팡이) 감염으로 생긴 질염으로, 여성의 75%가 평생 적어도 한번은 경험한다. 외음부와 질 입구가 매우 가렵고 순두부나 치즈 같이 덩어리진 흰 분비물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 잘 발생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임산부·당뇨 환자에게 많다. 칸디다 질염은 항진균제 복용 또는 항진균 질정제로 치료할 수 있다. 일단 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수일 내에 호전되고 진균은 일주일 안에 박멸된다. 치료 중에는 과도한 질 세정이나 다른 질환으로 복용 중인 항생제 복용은 중단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 질염은 주로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즈마균 감염으로 발생한다. 약물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율이 높은데다 골반염과 불임 유발 가능성이 크지만 초기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잦은 성관계 또는 과도한 질 세정이나 항생제 복용 등이 원인이다. 냄새를 동반한 다량의 분비물과 통증을 보인다.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과도할 경우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까지 사멸시켜 다른 질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문종수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일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지만 남성에게는 증상이 없다”며 “완치를 위해서는 증상이 없어도 남녀 모두 약물 치료를 받아야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 감염이 원인이다. 보통 거품이 있는 초록색 분비물과 생선 비린내와 같은 악취를 동반하며 매우 가렵다. 외음부가 부어 오를 수 있으며 주로 성관계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파된다. 여성은 심한 분비물과 가려움증이 있지만 남성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 원충은 물에서도 움직일 수 있어 목욕탕, 수영장, 깨끗하지 못한 변기, 젖은 수건 등을 통해 감염된다. 항생제 메트로니다졸을 투여해 치료할 수 있지만 재발율이 높아 치료 후 완치판정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남녀가 함께 치료받는게 좋다.

질염 예방_주의사항
/자료=강동성심병원
◇ 인터넷검색·민간요법 의존하다 병 키워

질염은 이처럼 흔한 질환임에도 창피한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여성 청결제나 비의학적인 민간요법 등으로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위험하다. 잘못된 치료를 하거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골반염이나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해 심하면 불임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염의 종류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에 따른 특화 치료를 해야 완치될 수 있다.

문종수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염은 증상이 유사하지만 원인균에 따라 치료가 전혀 다르고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질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 재발과 합병증 방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질염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과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스타킹, 속바지, 거들 등 조이는 옷을 피하고 면속옷을 착용해서 고온다습한 환경을 막아야 한다.

김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서식하기 힘들기 때문에 질염 환자의 50% 이상이 재발하고 있다”며 “만성이 되면 질 내 번식하고 있던 세균이 퍼지면서 골반염이나 방광염으로 발전하거나, 임신했을 때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단과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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