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투자는 커녕 멈춰세울 판”… 기업들, ‘코로나 충격파’에 전전긍긍

“투자는 커녕 멈춰세울 판”… 기업들, ‘코로나 충격파’에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0. 02. 24.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산업 심장부 경남 뚫려… 기업들 방역 총력전
성장률·수출 전망치 줄줄이 하향… 우울한 전망
정부, 이번주 ‘패키지’ 대책 내놓지만 효과 의문
수습 없이 이달 넘기면 구조조정 잇따를 수도
한국 경제성장률 추이
올 상반기 경기 반등을 고대했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장기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는 깊은 침체에 빠졌고 확진자가 발생한 일부 사업장은 생산라인마저 멈춰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가 곧 종식될 것이라며 정부를 믿고 투자하라고 주문했지만, 오히려 열흘 새 사태가 크게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처에 여념이 없다. 산업계에선 사태가 이번 달 내 진정 국면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불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경영전략 재검토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울산이 뚫렸다고?… 확산에 떨고 있는 기업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지난 주말 대구를 중심으로 울산·창원·청주·대전 등지까지 크게 번졌다. 확진자가 나온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사업장 폐쇄에 들어갔다. 신제품 ‘갤럭시S20’과 ‘갤럭시Z플립’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당장 물량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파가 번지지 않도록 대응수위를 크게 높이고 방역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울산이다. 울산 북구에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가, 동구엔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남구엔 우리나라 정유업계 맏형 SK에너지가 있다. 또 현대모비스·SK케미칼·SKC·KCC·태광·롯데케미칼·효성·한화케미칼·에쓰오일·현대건설기계·금호석유화학·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제조 공장들이 대거 몰려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심장부다.

병원 의료진이 감염된 창원엔 두산중공업과 LG전자·세아특수강·현대로템·STX엔진 등 산업단지가 있다. 주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청주에도 LG화학·SK하이닉스 등 대형 단지가 들어서 있다. 확진자가 늘고 있는 대전은 우리 산업을 이끌 R&D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 앞서 21일 GS칼텍스는 선제적으로 대전 기술연구소에 일시 폐쇄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 반등 기대했는데… 또 무너지는 성장률·수출
벌써부터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해외 5개 기관이 올해 한국 성장률이 1%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우리 성장률이 0.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일 뿐 아니라 국내 역시 소비가 크게 줄고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에서 글로벌 경기 위축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번 달 2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은 16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경기 민감 대표산업인 정유·화학기업들은 증시에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가 크게 불어난 지난 21일에도 SK이노베이션(-1.9%)·에쓰오일(-2.5%)·GS(-2.7%) 등 정유뿐 아니라 LG화학(-2.9%)·롯데케미칼 (-2.4%)등 화학사의 주가가 줄줄이 추락했다.

◇ 코로나 사태 진정밖엔 해법 없어… “이번 달내 못 잡으면 기업들 경영전략 다시 짜야 할 수도”
정부는 투자·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금융·세제·예산·규제혁신을 비롯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 ‘1차 경기대책 패키지’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부른 자리에서 직접 ‘과감한 감세’까지 언급한 건 그만큼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질병 확산 방지와 경기 부양에 나서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 역할 중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기업하기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면서 “정부를 믿고 투자하라고 했지만, 공장이 멈춰서고 소비심리도 쪼그라든 판국에 무슨 투자에 나서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업들은 피해 상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주일 내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올해 사업 전망은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재무·경영 악화에 따라 구조조정이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장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번지고 있다”며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사업을 새롭게 재편하거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팔라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