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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팬데믹(Pandemic)과 ‘미스터트롯’ 임영웅의 팬덤

[기고] 팬데믹(Pandemic)과 ‘미스터트롯’ 임영웅의 팬덤

기사승인 2020. 03.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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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완 교수

배지완 고려대 교수(서어서문학과)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어려움이 크다. 유래 없는 전국교육기관의 휴교, 직장폐쇄 속에서 전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약국과 슈퍼마켓, 우체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구하는 데 있다. 이런 국가적 어려움속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안에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통하여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공포를 잊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 시청률 32%로 인기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트롯은 한물간 장르음악이다. 60대 이후의 세대가 즐기는 음악이자 어르신들이 주민센터의 문화센터 노래교실에서나 배우고 노래하는 장르다. 또 청장년들은 회식 후 2차로 노래방에서 가서 가서 어쩌다 한 곡 부르는 구세대의 노래다. 트롯을 들을 수 있는 TV프로그램은 ‘전국노래자랑’이나 취침시간에 방영되는 ‘가요무대’ 정도다. 그런데 지금 ‘미스터트롯’이라는 오디션프로그램이 국민 3명 중 한명이 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미스터트롯’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경연이 아닌 참가자들의 성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무명의 기성가수들과 천재적인 아마추어들, 타장르 가수들이 노래 실력 뿐만아니라 완벽하고 다양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미스터트롯’을 보며 국민들은 각자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있다. 이 중심에 시청자 인기투표 1위 임영웅이라는 가수가 있다. 만 28세의 무명가수 임영웅은 현재 소속사가 이끄는 3만6000명의 ‘영웅시대’라는 팬덤과 12만5000명의 인스타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또 32만명의 임영웅의 유튜브 구독자들은 지난 수년간 전국 시·군의 농·어촌 마을을 돌며 각종 지역 특산물 축제에서 노래하던 무명가수 임영웅의 노래영상을 재생하고 있다. 임영웅이 부르는 다른 트롯가수들의 커버곡을 들으며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기 노래로 만드는 가수라며 그의 가창력을 칭찬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모든 장르의 노래를 부르고 라틴노래까지 섭렵하며 보기드문 트롯버스킹을 해왔다.
 

임영웅
‘미스터트롯’ 임영웅/ 방송화면 캡처


임영웅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노사연의 ‘바램’과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선곡해 30대 초에 남편을 보낸후 어린 아들을 친척에게 맡기고 경기 포천에서 작은 미용실을 꾸려가며 어렵게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홀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을 불렀다. 그의 노래들은 특히 전국의 여성들의 팬심과 눈물을 자극했다. 그가 부른 노래에는 ‘감성트롯’ ‘명품트롯’이라는 신조어가 댓글로 달렸다.

무명시절 고작 몇 백명의 나이 많은 어머니와 할머니팬들로 이루어진, 팬덤이랄 것도 없는 소모임팬클럽 ‘영웅시대’가 순식간에 1000명을 넘고 1만명을 넘어 급속도로 커져 갔다. 그리고 김광석의 명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듯 부르면서 시청자들을 집중시키더니 무반주의 고요함속에서 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 어느 평범한 노부부가 살았던 평범한 일상의 희노애락의 삶이 하나의 명품 서사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난장의 꽹가리같은 소음이 가득한 시대 끝없는 물질만능주의속에서 우리가 달려온 시간과 욕망이 그의 휘파람속에 멈춰지고 무너져 내렸다. 휘파람. 잊혀진 우리의 목소리. 값비싼 악기가 없을 때 노래가 되고 악기가 되고 감정을 소통하던 옛것이 되어버린 휘파람 소리. 인간이 새처럼 노래해야 한다면 그것은 필경 휘파람 소리일 것이다.

임영웅은 ‘휘파람시인’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무대위의 조명빛이 휘파람소리와 함께 별빛처럼 내리는 그 순간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가수의 서정적인 목소리의 힘에 의지했던 7080년도의 통키타음악과 디스코와 발라드 등의 음악을 향유한 세대이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k-pop 아이돌의 춤과 노래로 가득한 대중음악에서 소외되었던 4050세대가 그의 음악에 포섭됐고 팬덤 ‘영웅시대’로 달려갔으며 ‘미스터트롯’의 인기의 견인차가 되었다. 또 ‘미스터트롯’ 출연가수들의 전국순회콘서트표를 매진시킴으로써 티켓파워세대로 부상하였다.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불과 두세달 만에 임영웅을 비롯한 트롯가수들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에 링크되는 신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치솟는 인기덕분에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가수 임영웅은 매번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비난과 심사마스터들의 편애설을 견뎌야했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시절 얼굴에 30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는데 가난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웃을 때 힘을 주어서 웃어야하는 장애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데, 이러한 그의 흉터를 두고 성형실패가 아니냐는 황당한 언론기사에도 견뎌야하는 유명세도 치루었다.

그러나 편의점 화장품공장 카페 등지에서 알바를 하고 월세가 밀려서 겨울밤에 홍대에서 트롯을 부르며 군고구마를 팔아야했던 짠내나는 그의 스토리는 어머니부대들뿐만 아니라 일부 ‘N포’ 세대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구세대를 라떼들이라고 부르며 세대간의 선을 긋는 N포 세대들속에서 형성된 임영웅팬들은 팬덤 영웅시대를 소위 찻집이라부르며 온라인에 따로 모여 임영웅의 팬덤을 새로 결성하였고 트롯가수 임영웅을 위해 젊은이들의 지역 홍대역에 아이돌만이 누린다는 가수사진이 든 지하철광고를 서포트함으로써 구세대중심의 영웅시대가 하지못하는 팬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었다.

팬들에게 영웅으로 불리는 가수 임영웅은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스터트롯에서 1위 트롯진이 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트로트다...혹시라도 진이된다면, 너무 물것같다. 아직 내가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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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트롯’ 결승 진출자들/ 방송화면 캡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고 곳곳에서 이 난국을 타개하기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힘쓰고 있는 이 시기에 대한민국 30%의 평범한 국민들은 오늘밤(12일 오후 10시) 마지막인 미스터트롯 11회를 시청하며 휴대전화기를 들 것이다. 지금까지 오디션평가에 관객의 평가점수를 반영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결승전을 관객없이 치루게 되자 생방송으로 시청자투표점수를 반영해 ‘트롯맨’을 뽑겠다는 방송국의 결정 때문이다. 아마도 뛰어난 트롯가수들이 많고 이들의 팬덤들의 지지와 견제가 과열되었기에 1위 판정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시청자들에게 넘겼을지 모를 일이다.

팬들은 각자 자신의 음악적 취향에 따라 그동안 응원하던 자신들의 히어로의 이름을 전송하기위해 TV앞에 앉을 것이다. 전적으로 시청자의 투표로 결정될 수도 있는 트롯맨 1위 진트롯은 과연 가수 임영웅이 차지할 것인가. 최근 매일 500명씩 늘어나 현재 트롯가수 팬덤중 최대규모인 3만6000명의 ‘영웅시대’와 전국에 산발적으로 갑자기 형성된 임영웅의 팬덤들은 얼마나 강한 화력을 보여줄 것인가.

오늘밤은 코로나19와 트롯맨의 코로나(왕관)가 한판의 승부를 벌이는 ‘코로나 전쟁’이 될 것같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 바이러스’라고 한다. 트롯맨의 왕관(코로나) 덕분에 단 한 두 시간이라도 팬데믹(전염병)과 공포바이러스에서 벗어나는 시간이길 바란다. 10대부터 70대까지 수십년의 세대간의 격차로 서로 다른 색깔의 팬심을 드러내면서 따로따로 활동하던 임영웅의 팬덤들은 아마도 오늘 밤은 세대를 통합하게 될 것 같다. 그들은 너나없이 한 목소리로 무명가수 임영웅을 난세영웅을 만들기위해 임영웅이 전국을 다니며 노래할 때 연로한 어르신들께 외치던 멘트를 함께 외칠 것이다. “건강에 좋은 박수~~~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배지완 고려대학교 교수(서어서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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