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쟁·젠더 갈등’으로 번진 n번방…“본질에 집중해야”

‘정쟁·젠더 갈등’으로 번진 n번방…“본질에 집중해야”

기사승인 2020. 03. 29. 15: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치 논쟁 지양하고, 사건 재발 방지 위한 제도 개선 고민해야
성별 문제는 사건과 밀접…공론화 통해 긍정적 효과 얻을 수 있어
cats
한 여성 단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된 이미지(왼쪽)와 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이미지./사진=온라인 캡쳐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정치 논쟁과 젠더 갈등이 이어지자 디지털 성범죄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4일 경찰은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팔아 이익을 챙긴 조주빈(25)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조씨의 신상과 함께 과거 행적들이 알려지며 조씨의 정치 성향을 두고 논란이 생겼다. 에펨코리아, 뽐뿌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조씨의 동창’이라고 소개한 이들이 “조씨가 일베 단어를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였다” 등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이에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여당과 야당도 “자당과 무관하다”며 조씨와 선을 긋고 나섰다.

사건은 젠더 갈등으로도 번졌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전체를 ‘n번방 가해자’로 간주하는 게시글과 반대로 이를 비난하며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 뮤지컬 아역배우는 자신의 SNS에 ‘남성들이 뭐 N번방을 내가 봤냐 이 XXX들아’ ‘내가 가해자면 너는 X녀다’ 등의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6일 전문가들은 사건이 여러 극단적 논쟁으로 번지며 본질인 ’디지털 성범죄‘와 ’청소년 성 착취 문제‘를 흐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정치적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성범죄 관련 법·제도 개선 등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논쟁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나 가치관을 대입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하는 파생적 현상”이라며 “기본적·본질적 사건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시기적으로 선거철이 됐기 때문에 정치적 대립이 더 심해졌다”며 “정치 이념 논쟁은 개인의 호불호 문제로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젠더 갈등’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젠더 갈등을 심층적으로 공론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성별 논쟁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가장 밀접하다”며 “양쪽의 첨예한 입장을 극대화하지 않으면서 이와 관련한 발전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젠더 이슈’, ‘성범죄에 대한 재인식’까지도 관심이 넓어질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성범죄 처벌 강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