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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록(新綠), 가슴 먹먹한 날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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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록(新綠), 가슴 먹먹한 날의 ‘위안’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2020. 04. 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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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공주 마곡사
신록이 내려 앉은 공주 마곡사의 봄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나무마다 새순이 돋고 여린 잎이 볕을 받아 오글거린다. 신록(新綠)천지. 대지에 생기가 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필가 이양하(1904~1963)는 신록의 오묘한 힘을 꿰뚫어봤다. ‘신록예찬’이라는 수필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의 애를 태운 신록의 계절이 시작됐다. 가슴 먹먹한 날의 연속, 이럴 때 영롱한 연둣빛은 ‘힐링’이 되고 위안이 된다. 올해는 눈(目)으로 보지 말고 가슴에 품으시라. 신록으로 물든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면 참아내지 못할 것도, 사랑하지 못할 것도 없다.
 

여행/ 마곡사
공주 마곡사의 봄/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마곡사
백범 김구는 한때 공주 마곡사에서 출가해 잠시 수행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공주 마곡사

‘춘(春)마곡 추(秋)갑사’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마곡사가 예쁘고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의미다. 신록이 내려 앉은 어디든 화사하겠지만 봄 풍경이 예쁘다고 소문난 만큼 마곡사는 메모해둔다. 충남 공주 사곡면 태화산 기슭에 있다. 백제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중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고찰이지만 ‘춘마곡’이라는 단어 때문에 종교적인 무게감보다 풍경으로 기억되는 절이다.

대체 어떻길래.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참 운치가 있다. 경내로 들기 전 건너야 하는 ‘극락교’에서 계류에 반영된 신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음 살피며 걷기 좋은 길도 있다. 태화산을 에두르는 ‘마곡사 솔바람길’ 가운데 1코스 ‘백범 명상길’이 마곡사 주변으로 조성돼 있다. 길이가 3km로 길지는 않지만 숲이 울창해 신록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적당하다. 백범 김구는 일제에 의한 명성황후 시해(1895)사건에 분노해 1896년 황해도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다. 이후 마곡사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해 잠시 수행했다. 백범 명상길은 이 인연으로 붙은 길 이름이다. 백범이 출가할 당시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삭발바위’, 광복 후 다시 마곡사를 찾아 당시를 회상하며 심었다는 향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마곡사에서는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이 재미있다.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고 전하는데 그래서인지 기둥은 윤기가 흐르고 손때가 잔뜩 묻어 있다.

그렇다면 갑사는 가을에 가야할까? 아니다. 단풍이 좋으면 신록도 좋다. 갑사의 봄 풍경도 화사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들머리에서 만나는 ‘오리숲’이 멋지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5리(약 2km)나 이어져 있다고 오리숲이다. 갑사는 공주 계룡면 계룡산 서쪽 기슭에 있다. 마곡사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다. 1975년부터 1983년까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갑사 가는 길’이라는 수필이 실렸다. 이 때문에 갑사는 제주도나 설악산 못지 않은 그리움의 대상이 됐다. 수필에 등장하는 남매탑(오누이탑)은 갑사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용문폭포 지나고 금잔디고개를 넘어야 나온다. 갑사에서 남매탑 까지 거리는 약 3km다.
 

여행/ 포천국립수목원2-1
포천 국립수목원.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포천국립수목원1-1
포천 국립수목원의 봄/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신록을 구경하는데 수목원만한 곳도 없다. 경기도 포천 소흘읍의 국립수목원은 수도권에서 가기 수월한 곳 중 하나다. 예전에는 광릉수목원, 훨씬 더 전에는 광릉숲이었다. 광릉은 조선의 7대 왕인 세조와 왕비 정희왕후의 능이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였다. 어쨌든 조선 왕실은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약 3600ha)에 해당하는 숲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했다. 이 때문에 국립수목원의 숲도 잘 보존됐다. 일제강점기에도 큰 훼손이 없었고 한국전쟁도 무사히 넘겼다. 지금은 900여 종의 식물을 비롯해 곤충, 조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이 숲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신록이 움트는 계절에는 특히 육림호 주변이 예쁘다. 육림호는 수목원 내에 있는 작은 호수. 수면에 반영된 풍경이 화사하다. 가장자리에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국립수목원은 정원예약제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월요일 휴원). 평소에는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로 방문한 경우 현장 매표도 가능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요즘은 무조건 사전예약자만 들어갈 수 있다. 실내 전시관 등 일부 시설 역시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외를 돌아보는 것은 문제없다. 광릉까지 함께 돌아본다. 국립수목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신록이 곱고 숲이 울창하다. 광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다.
 

여행/ 화순 세량지
신록, 산벚꽃, 물안개가 어우러진 화순 세량지의 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화순 세량지

세량지(세량제)는 전남 화순 화순읍 세량리에 있는 작은 저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록과 산벚꽃이 어우러지는 봄 풍경이 주는 감동은 크다. 특히 이른 아침에 잔잔한 수면 위로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면 그야말로 눈이 호강한다. 처음에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요즘은 사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신록 돋고 산벚꽃이 필 때를 기다려 애써 찾아온다. 물론 산벚꽃이 다 떨어진다고 해도 본전은 건진다. 신록 화사한 풍경이 오래 남을 여운을 선사한다. 저수지를 에둘러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제방 아래는 통제하고 있다. 신록이 고우면 단풍도 멋지다. 가을 풍경도 볼만하다. 지금 못 가면 가을을 기약해도 된다.

화순에 갈 일이 있다면 도암면 천불산 자락의 운주사는 기억한다. 조선시대 지리책인 ‘동국여지승람’에 ‘천불천탑’이 있었던 고찰로 기록된 절이다.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가 도술을 부려 세웠다는 전설이 전하는가 하면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에는 노비와 천민들이 신분해방운동을 벌이며 탑과 불상을 세웠다는 묘사가 있다. 여전히 그 기원은 미궁이다. 어쨌든 지금은 불상 100여 기, 석탑 20여 기가 남아 있다. 그런데 불상과 석탑의 수도 수지만 석불이 하나같이 못생겼고 석탑의 모양이나 석탑에 새겨진 문양이 특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석탑 중에는 몸체가 축구공처럼 둥근 것도 있고 ‘X’ ‘Ⅲ’ 같은 도통 의미 모를 문양이 새겨진 것도 있다. 절 주변으로 흩어진 석불과 석탑을 구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나 있다. 기이한 불상과 석탑은 봄날 산책의 멋진 동반자가 된다. 세량지에서 운주사까지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다.
 

여행/ 우포늪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창녕 우포늪/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창녕 우포늪

늪은 온갖 생명들의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여름에 제멋이다. 그러나 봄의 생동감도 못지않다. 우포늪 역시 마찬가지. 버드나무의 이파리가 연둣빛으로 변하고 개구리밥, 매자기, 생이가래, 가시연꽃, 자라풀 등이 번식을 위해 세를 넓혀간다. 쇠물닭과 논병아리 등 텃새와 여름철새들은 번식 준비로 분주하다. 쌉쌀한 늪의 냄새도 무르익어 간다.

우포늪은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로 이뤄진다. 우포가 가장 넓다. 네 곳을 통칭해 그냥 우포늪이라고 부른다. 다 합치면 넓이가 축구장 210개와 맞먹는다. 우포늪을 에두르는 ‘우포늪 생명길’이 잘 조성돼 있다. 총 8.7km로 약 3~4시간 코스다. 태고의 자연, 신록의 운치를 느끼며 걸어본다. 우포늪 생태관, 우포늪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원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초군락지, 피톤치드 가득한 숲 탐방로 등을 지나는데 특히 따오기 복원센터 앞에서 바라보는 사초군락지 앞 버드나무들 신록이 아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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