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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최태원 SK회장의 꿈, ‘SK바이오팜’사업... 언제 기지개 피나

[마켓파워]최태원 SK회장의 꿈, ‘SK바이오팜’사업... 언제 기지개 피나

기사승인 2020. 0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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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분 100% 보유…신약 R&D 주력
7년 간 연구개발비용만 5000억원 달해
뇌전증치료제 등 미국서 판매승인 성과
연내 상장 성공 땐 투자비 회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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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바이오 사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Yes, but not now’로 답변할 수 있다. 당초 상반기 상장을 추진했던 SK바이오팜이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 연기 가능성이 나오면서 막대한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단초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최 회장의 지시로 2011년 지주회사의 생명과학사업 부문을 떼어내 만든 회사다. 계열사에 신약제조사업을 영위하던 SK케미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내에 조직을 만들면서 그룹 안팎에선 배경에 대해 의아심이 컸었다. 신약 개발 자체가 장기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비슷한 사업을 따로 만들어 중복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그룹 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그룹 경영을 최 회장이 맡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는 최신원-창원 사촌형제가 맡아 ‘따로 또 같이’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제약사업을 키우려고 했던 최 회장 입장에선 독립적인 사업추진이 절실 했다.

현재 두 지주사로 나뉘긴 했지만 언젠가는 계열 분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 회장은 독자적인 제약 바이오 사업을 밀어 뭍어 또 다른 한 축으로 커가고 있다.

최 회장의 ‘뚝심’으로 SK바이오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 뇌전증치료제 미국 판매 승인과 수면장애신약이 유럽서 신약판매허가 승인을 받으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30년까지 제약 바이오사업을 그룹내 중심축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현재 SK바이오팜 상장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투자금 유치의 기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창립기념사에서 밝힌 ‘위기극복DNA’처럼 최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제약 바이오 사업을 돌파구로 보고 있는 만큼 연내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오는 6월중 상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SK가 1993년부터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을 개발해온 생명과학사업 부문이 2011년 물적분할해 신설된 곳으로 SK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K가 제약바이오사업에 발을 들일 당시만 하더라도, ‘돈먹는 하마’라며 막대한 투자비용과 오랜 연구 기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7년간 ‘바이오 뚝심’으로 SK바이오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품목 허가를 받았다. 국내서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이뤄낸 곳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앞서 최 회장은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처럼 바이오 산업에 공을 들이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SK그룹 내 제약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으로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또 하나는 최 회장 단독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시작해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SK는 사실 제약바이오 사업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다만 최 회장이 아닌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SK케미칼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SK케미칼은 1987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일찌감치 제약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SK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동신제약 등 기업을 인수하며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의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1992년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 1996년에는 세계 최초 관절염 치료패치 트라스트를 개발했으며 1999년에는 국내 최초 신약 1호인 위암 치료제 ‘선플라’를 선보이는 등 국내 제약 업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최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제약 바이오 사업을 눈독들이게 된 때도 이때다. 사촌이 이끌고 있는 SK디스커버리 산하 SK케미칼에서 제약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최 회장 또한 SK케미칼과는 다른, 자신만의 제약 바이오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특히 사촌 간 경영으로 SK그룹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계열 분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복 투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제약 바이오 사업의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 2011년 최 회장은 SK의 생명과학사업부문을 떼서 SK바이오팜으로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약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통상 15~20년 신약개발 기간이 걸리는 만큼 SK는 바이오팜에 연구개발비로만 약 5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 2018년 SK바이오팜은 연구 및 경상개발비용으로 1213억원을, 2017년에는 856억원을 지출했다. 이 기간동안 SK바이오팜의 당기순손실은 976억원(2017년), 1380억원(2018년)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SK바이오팜이 출범 이후 계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SK는 SK바이오팜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시켰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으며 이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생산시설과 미국의 위탁 개발 및 생산업체인 앰팩을 인수하며 제약 바이오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SK바이오팜에 최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쏟는 이유는 또 있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근무하며 향후 승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2017년 최씨는 SK바이오팜의 전략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미국 스탠버드대학교 바이오인포매틱스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휴직했다.

문제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당초 SK는 SK바이오팜 상장을 올 상반기 안에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한 달 또는 연내로 상장을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의 공모가격 산정이 중요한데, 당초 코스피 2200선에서 책정하던 가격을 최근 1800선까지 떨어지면서 제 가격을 받기엔 어려울 수 있어 ‘상장 적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측은 “SK케미칼은 생체유래 중심으로, SK바이오팜은 합성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서로 다른 영역”이라며 “SK의 바이오 사업은 신성장동력을 위해 30여년 동안 지속 투자한 것으로 장녀의 입사 시점과 무관할 뿐 아니라 아직 승계논의를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여러 가지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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