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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슬기로운 ‘랜선여행’

[여행] 슬기로운 ‘랜선여행’

기사승인 2020. 04. 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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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풍경
서대문구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 본 풍경. 안산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왔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요즘 ‘랜선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 안에서 즐기는 가상여행이 랜선여행이다. ‘끈질긴’ 바이러스가 결국 여행의 무대마저 방구석으로 옮겨놓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긴다. 랜선여행을 조금 더 알차게 즐길 방법을 찾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과거의 여행사진을 들춰내 당시를 곱씹는 재미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추억은 답답한 일상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또 여행지 버킷리스트의 영상을 보며 그곳으로 떠날 날을 기대하는 것 역시 축 늘어진 일상에 생기를 돌게 한다.
 

여행
집에서 가상여행을 즐기는 ‘랜선여행’이 관심이다/ 스카이스캐너 제공


◇ 현지 음식 요리, 기념품으로 집 꾸미면 즐거움 두 배

어떻게 즐길까. 글로벌 항공권 비교 플랫폼 ‘스카이스캐너’는 이렇게 소개한다. 우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감상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랜선여행의 기본.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진을 직접 인화한다. 효과가 더 크다. 사진을 방안에 붙여 놓으면 당시의 기억이 훨씬 생생해진다. 볼 때 마다 여행지의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여행지에서 구입한 기념품 등을 생활공간 곳곳에 장식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이 여행의 흔적으로 채워진다면 당시의 설렘이 살아나고 여운도 오래 간다.
 

여행/ 요리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을 직접 요리하면 여행의 추억이 더욱 새로워진다/ 스카이스캐너 제공


이제부터가 조금 기발하다. 여행지에서 먹어 봤던 음식을 직접 요리해 보란다. ‘음식은 여행의 절반’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지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당시의 분위기를 추억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왠만한 음식 레시피나 요리법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요리에 실패해도 그만, 행위 자체가 즐거움이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여행하며 들었던 음악이나 여행지를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찾아 들으면 분위기를 업(up) 시킬 수 있다. 음악은 멜로디나 노랫말보다 ‘사건’으로 기억된다. 애를 태우며 들었던 음악이 아득한 첫사랑의 순간을 또렷하게 떠오르게 만드는 법이다. 이러니 여정의 사소한 순간까지 차근차근 곱씹게 만드는 데 음악만한 것도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여행을 미리 계획하면 ‘여행 앓이’를 조금 치유할 수 있다. 여행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고 필요한 물품도 차근차근 챙겨본다. 이러면서 지난 여행보다 훨씬 나은 다음 여행을 상상하면 기분이 조금 상쾌해질 거다. 기분 좋은 추억을 곱씹으면 가슴이 떨리고 퍽퍽한 일상을 버틸 힘도 생긴다. 이런 게 ‘힐링’이다.
 

여행
에어비앤비 ‘온라인 체험’ 요가체험/ 에어비앤비 제공


◇ 8K·VR로 서울구경, 온라인으로 엑티비티 체험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기저기서 ‘랜선여행’ 콘텐츠가 쏟아진다. 세계의 유명 도시나 이름난 관광지가 다양한 관련 영상을 유튜브로 중계하면서 ‘집 안에 갇힌’ 여행자의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를 통해 몇몇 국내 이름난 여행지를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레저도 즐길 수 있다.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최근 세계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배우며 체험하는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론칭했다. TV 진행자에게 배우는 ‘K뷰티’의 기초(대한민국), 롤러스케이팅 댄스 파티(미국), 멕시코 살사 만들기 쿠킹 클래스(멕시코), 완벽한 중국식 찐빵 만들기(싱가포르)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50개 이상 선보이고 있다. 2012런던올림픽,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금메달리스트인 앨리스터 브라운리, 2018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로렌 깁스도 호스트로 참여한다. 에어비앤비 ‘온라인 체험’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편안한 거실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소통하며 엑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여행/ 약현성당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구담성당’으로 나왔던 중구의 약현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여행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촬영된 종로구 덕성여고 돌담길/ 서울관광재단 제공


고화질 영상으로 또 가상현실(VR)로 서울구경도 할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유튜브 방송 ‘비짓서울 TV(VisitSeoul TV)’를 운영 중이다. 서울의 명소, 각종 축제 등 서울을 테마로 한 다양한 영상을 중계하는 채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집안에서도 서울여행이 가능하다. 여행이나 문화 트렌드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8K(가로 화소 수가 약 8000개의 초고화질) 영상, VR 기술 등이 접목돼 콘텐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4일부터 18일까지는 5일 동안 ‘서울 나우(SEOUL NOW)’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석촌호수, 남대문, 남산, 한강, 경복궁 등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 다섯 곳의 모습을 차례로 생생하게 중계할 예정이다.
 

(2-1) 녹사평역 육교에서 바라본 풍경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했던 용산구 녹사평역 육교에서 바라 본 남산 풍경/ 서울관광재단 제공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추가하면,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이 ‘랜선여행’의 주요 콘텐츠가 되고 있다.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다시보기’ ‘돌려보기’ 할 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감상할 때 친숙한 장소가 나오면 반가운 법. 몰입도도 배가된다.
 

(7-1) 수연산방
영화 ‘하녀’에 나왔던 성북구 수연산방. 소설가 이태준이 13년간 집필활동에 몰두했던 가옥이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마침 서울관광재단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했던 서울의 명소를 소개했으니 참고한다. 몇 곳 짚어보면 성북구 정릉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풋풋했던 대학시절 추억의 공간이자 첫사랑을 떠나보낸 아련함이 깃든 장소로 그려진다. 정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이다. 맑은 계곡, 우거진 숲이 어우러진 정릉 산책로는 걱정을 잠시 잊고 산책하기 좋다. 용산구의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육교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에 등장했다. 또 드라마 ‘열혈사제’(2019)에서 ‘구담성당’으로 그려진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중구의 약현성당이다. 뾰족한 첨탑을 세웠으나 지붕이 높지 않고 내부 창도 크게 낸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절충된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전국에 ‘도깨비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비를 맞으며 처음 마주친 돌담길은 종로구 덕성여고 돌담길이다.

이 외에도 서대문구 안산은 1인 가구들의 삶을 먹거리와 함께 풀어낸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2015)에, 1956년 문을 연 종로구 대학로 학림다방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에 각각 등장했다. 영화 ‘하녀’(2010)에 나왔던 성북구 수연산방은 이태준 소설가가 13년간 집필 활동에 몰두했던 가옥이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을 품은 고택이 고즈넉한 모습을 드러낸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즐길 것들은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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