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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중국 ‘부러우면 지는 것’ 알아야 승리

[여의도 칼럼] 중국 ‘부러우면 지는 것’ 알아야 승리

기사승인 2020. 04. 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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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도 거둬야
한국과 중국의 지리적 관계는 ‘일의대수(一衣帶水)’라는 성어 단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 ‘냇물을 가운데에 둔 가까운 이웃”이라는 말이니 얼마나 지척의 관계인지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싫든 좋든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이웃이라고 해도 좋다. 당연히 사이가 좋지 않으면 무척 피곤해진다. 만약 이렇게 되면 멀리 있는 사촌이 더 낫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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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압록강의 모습. 오른쪽이 북한, 왼쪽이 중국이다. 일의대수라는 말은 괜한 게 아니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불행히도 양국의 사이는 장구한 역사를 살펴보면 늘 좋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국이 한국을 보는 눈이 복잡미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사건건 미운 별 볼 일 없는 이웃 같은 감정과 먼 사촌보다 나은 간단치 않은 이웃이라는 생각 등이 시시때때로 교차하면서 양국 관계를 갈등 국면으로 몰아넣고는 했다는 말이 될 듯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역시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경우 충분히 이해의 소지가 있지 않나 보인다. 우호선린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 한국이 갑자기 다분히 자국을 의식한 미국의 전략 장비 배치를 전격 수용한 사실에 분노를 느낀 탓에 몽니를 부렸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급기야 이 몽니는 최근까지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묘한 시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하에서 차분하게 치러진 총선을 보는 눈도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외견적으로는 혐한 감정 탓인지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논평없이 그저 결과를 보도하는 관영 언론의 논조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질서정연하게 성공적으로 국가적 대사를 치른 것에 대해 깜짝 놀라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총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정말 훌륭하게 선거를 치러냈다. 게다가 아무 사건, 사고도 없었다.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속으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세계가 배워야 한다”는 마샹우(馬相武) 런민(人民)대학 교수의 평가만 들어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다분히 의도적인 전반적 분위기는 마 교수의 평가와는 다르다고 해야 한다. 사실 중국의 이런 자세는 전 세계의 찬사를 듣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굳이 높이 평가하려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막말로 “그 정도도 못하면 그게 나라냐? 우리는 더 훌륭하게 코로나19를 물리쳤다”라고 애써 자위하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이다. 어떻게 보면 루쉰(魯迅)의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의 전매특허인 정신승리를 지금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좋다. 단언컨대 이런 자세는 진정한 대국의 풍모를 보여주는 것이 분명 아니다. 계속 그러다가는 주위 국가들로부터 인정, 더 나아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의 고질병인 이른바 훙옌빙(紅眼病·질투로 눈이 붉어지는 증상)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이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만 괴롭게 된다. 이 불후의 진리를 모르지 않는다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아Q 스타일의 정신승리 같은 자세는 과감하게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을 바라보는 복잡미묘한 감정은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 혐한 감정을 훌훌 털고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진짜 이렇게 된다면 한중 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 아Q의 정신승리는 중국의 진정한 승리를 좀먹는 바이러스라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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