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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흥미진진 이야기에 귀가 솔깃...수도권 가족여행지

[여행] 흥미진진 이야기에 귀가 솔깃...수도권 가족여행지

기사승인 2020. 05. 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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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성 칠장사
안성 칠장사에는 박문수, 임꺽정, 궁예 등 흥미로운 역사 속 인물과 관련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가정의 달'에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참고한다. 눈이 호강할 풍경도 좋지만 이야기가 풍성한 여행지도 의미가 있다.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소재로 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나’를 이해하는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다. 수도권에서 이런 곳 몇 군데 찾아봤다.
 

여행/ 안성 칠장사 대웅전
칠장사 대웅전. 빛 바랜 단청이 곱다.


◇ 경기 안성 칠장사

경기도 안성에서는 사찰 두 곳을 기억한다. 죽산면 칠현산 기슭의 칠장사와 서운면 서운산의 청룡사다. 칠장사는 박문수, 임꺽정, 궁예 등 흥미로운 역사 속 인물의 흔적이 오롯한 곳이다. 궁예는 후고구려를 건국한 인물이다. 상대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알아내는 ‘관심법’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어린 시절 칠장사에서 약 10년을 머물며 활쏘기와 무예를 익혔다고 전한다.

임꺽정은 조선 중기의 의적(義賊)으로 홍길동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자랑한다. 그는 칠장사의 병해대사를 스승으로 삼아 교류했다고 전한다.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그를 위해 불상을 공양했는데 이게 칠장사 극락전에 모셔졌다. 이런 이유로 극락전 본존불은 ‘꺽정불’로 불린다.

칠장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무엇보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린 박문수와 연관이 깊다. 그는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 칠장사에 들러 기도한 후 장원급제를 했다고 전한다. 요즘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입사시험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칠장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경북 경산의 팔공산 갓바위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에서 숱하게 다뤄졌다. 그래서 아이들도 알만하다.

칠장사는 신라 때 창건해 고려 때 흥했다고 전한다. 전남 해남의 미황사처럼 대웅전의 빛 바랜 단청이 참 정갈한 곳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토종 부처’가 있다는 사실. 이야기는 이렇다. 고려 시대 혜소국사가 칠장사를 크게 중창했다. 그는 일곱 명의 도적을 제자로 삼아 교화했다. 제자들은 수행 끝에 현인이 됐고 혜소국사가 입적한 후 모두 돌부처가 됐다. 마을 사람들이 혜소국사와 함께 이를 칠장사에 모셨다. 칠장사 나한전에 혜소국사와 제자들의 석상이 있다. 중국인도, 인도인도 아닌 ‘한국인 돌부처’다. 박문수의 어머니는 “칠장사에는 토종 부처에 토종 나한이 있으니 기도를 하면 꼭 들어줄 것”이라며 아들이 칠장사로 갈 것을 권했단다.

청룡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꼭두쇠(우두머리)로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던 바우덕이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그는 1848년 경기도 안성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5세에 남사당패에 맡겨진다. 남자들로만 구성된 남사당패에서 15세에 남사당 최초 여성 꼭두쇠(1인자)가 된다. 조선 시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경축하는 행사에서 바우덕이의 가무를 보고 감탄해 정3품 당상관에 버금가는 옥관자를 수여하기도 했다. 청룡사는 남사당패의 고단한 삶을 보듬은 사찰이다. 남사당패는 청룡사에서 내준 신표(증명서)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파란만장했던 바우덕이가 23세에 폐병에 걸려 요양하다 숨을 거둔 곳도 청룡사다.
 

여행/ 포천 아트밸리
폐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포천 아트밸리.


◇ 경기 포천 아트밸리

경기도 포천 신북면 천주산(400m) 중턱에 아트밸리가 있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에 딱 좋은 곳이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인데 조성과정이 재미있다.

아트밸리는 폐채석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포천은 예부터 화강석이 유명했다. 화강석 대신 ‘포천석’이라 불릴 정도였다. 양질의 화강석이 일정 지역에 다량으로 묻혀있어 채굴이 쉽고 서울과도 가까워 채굴업자들이 포천으로 모여들었다. 1960~70년대는 포천석의 전성기였다. 서울역 역사, 독도의 비석, 청와대, 국회의사당 등도 포천석을 이용해 지었단다. 그런데 채굴기간이 만료되자 업자들이 모두 돌아갔다. 돌을 캐낸 황량한 흔적만 흉물스럽게 남았다. 포천석을 알리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공공예술공간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트밸리다. 폐채석장을 이용한 문화공간은 국내에서 아트밸리가 최초다.

아트밸리는 원래의 모습을 잘 유지한채 조성됐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청명한 호수가 자리 잡았다. 발원지를 알 수 없는 물줄기가 한쪽 절벽을 타고 호수로 흘러드니 자연스럽게 작은 폭포도 생겼다. 호수 한편에는 절벽을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도 있다. 절벽이 그야말로 ‘친환경 스크린’이 된 셈. 여기에 조명을 쏘고 영상도 비추며 공연을 한다. 경사로를 따라 난 보행로 위로 모노레일이 지난다. 미술관도 있고 야외 조각공원도 마련돼 있다.
 

여행/ 전곡선사유적지
국내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인 연천 전곡선사유적지.


◇ 경기 연천 전곡리선사유적지

경기도 연천 전곡리선사유적지는 국내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80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발견됐다. 지금도 땅을 파면 당시 유물이 나온단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먹도끼를 구경하고 만들어볼 수도 있다. 유적지 일원은 공원처럼 친근하게 꾸며졌다. 구석기인이 생활하던 움집 모형이나 맘모스를 사냥하는 구석기인의 조각상 등이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다.

그런데 이곳에서 주목할 것은 애슐리안 주먹도끼다. 학술적으로 의미가 큰 발굴 유물이다. 애슐리안 주먹도끼는 돌멩이의 양쪽을 모두 가공해 만든 도끼다. 찍고 다듬기가 다 가능하다. 이것 보다 낮은 단계의 연장이 돌멩이 한쪽을 떼어내 날을 만든 찍개다. 애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굴되며 그동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는 찍개 문화만 존재했다는 학설이 뒤집어졌다. 구석기인은 애슐리안 주먹도끼로 사냥감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를 수 있게 됐다.

발굴 유물은 유적지와 인접한 전곡선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구석기 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도 전시 중인데 전시물 수준이 높다. 동물들은 실제 동물들의 박제를 이용했고 그 외 모형들도 대부분 해외 유명 기술자들이 참여해 실감나게 꾸몄다. 주먹도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어렵지 않다. 넓적한 돌맹이를 내리쳐서 5~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다. 현재 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임시 휴관 중이다.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오는 12일께 재개관을 검토하고 있단다. 야외를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들판을 산책하다 보면 인류의 진화가 작은 돌멩이 하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인류는 도끼를 만들고 나아가 도끼의 쓰임을 예측하며 앞날을 생각했다. 예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창의적인 사고와 예술감각도 길러졌다.
 

여행/ 임진각 평화누리
임진각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분단과 북한에 대해 할 이야기도 많은 요즘이다. 과거에는 접경지역이 주는 무게감은 묵직했다. 경기도 파주도 그런 곳이었다. 문산읍 마정면 임직각국민관광지 일대는 대표적인 안보관광지였다. 여기 가면 코앞이 북한이라는 생각에 기가 질렸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평화누리공원으로 조성된 후 도시인의 ‘근사한’ 쉼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너른 잔디밭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정갈한 산책로를 걸으며 전쟁의 상흔, 분단의 비극보다 화해와 상생의 내일을 기대한다.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은 ‘청춘’들의 사진촬영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이곳에서는 알록달록한 수천개의 바람개비가 순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는다. ‘통일 부르기’라는 조형물은 ‘인증샷’ 배경으로 인기다. 통일을 향한 강렬한 호소를 형상화한 작품인데 남태평양 이스트 섬의 거대한 석상 ‘모아이’를 닮았다.

임진각 전망대에 오르면 북한 땅은 여전히 코앞이다. 경의선 임진강 철교가 보이고 한국전쟁 직후 포로교환의 통로가 됐던 ‘자유의 다리’도 눈에 들어온다. 곤돌라(파주디엠지곤돌라)를 타고 모두 구경할 수 있다니 세월이 새삼스럽다. 주변에 캠핑장이 생겼고 놀이공원도 들어섰다. 임진각 망배단 옆에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 투성이가 된 증기 기관차(장단역 기관차)가 서 있다. 여기서부터 북녘의 개성까지 22km, 서울까지는 53km다. 여기선 개성이 더 가깝다. 잊어서는 안 될 ‘그날’이지만 가슴속 먹먹함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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