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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버지 어머니 카네이션 받으세요

[기고] 아버지 어머니 카네이션 받으세요

기사승인 2020. 05. 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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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배지완
배지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아버지 어머니 카네이션 받으세요.


배지완
 
꽃을 미리 주문받습니다.
며칠 전부터 그 꽃집 앞을 멀리서 서성거렸습니다.
꽃 집 앞에 한가득 진열된 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가슴 깊이 콕 콕 아프게 하는 것을
아버지 어머니 모두 돌아가시고야
깨달았습니다.
5월의 카네이션
이제는 살 수 없는 꽃
 
비싼 꽃을 뭐하러 사 와 하시면서도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
훈장 받은 듯 활짝 웃으시며
온 동네 다니셨던 아버지 어머니
오늘 어버이날 새벽
간난아이 배고파 울듯이
집 잃은 고아가 되어
빈 손 가득 눈물을 흘립니다.
 
꽃을 미리 주문 받습니다.
꽃집 광고가 아무리 걸려도
어버이날 아침
허겁지겁 샀던 카네이션 한 송이
지갑 만지작거리며 샀던
적당한 카네이션 한 바구니
 
못난 자식 가장 큰 꽃다발
영정사진 앞에 한가득 올리더니
카네이션 못 산 오늘 아침
5월의 카네이션
이제는 감히 살 수 없는 꽃
꽃을 못산 서러움에
텅 빈 세상에 홀로 남아
빈 손 가득 연신 눈물 훔칩니다.
 
어머니 아버지
카네이션 받으세요.
제발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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