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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참전, 판 커지는 발행어음 시장…득실은

미래에셋대우 참전, 판 커지는 발행어음 시장…득실은

기사승인 2020. 06.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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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NH·KB와 4파전 재편 전망
고객 '상품 선택권' 넓어져 긍정적
업체간 수신금리 경쟁심화 불가피
규제 탓 신규 투자처 찾기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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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9조로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숙원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에 조만간 등판한다. 금융당국은 약 3년간 중단했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사실상 재개했다. 보류 사유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미래에셋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최근 종료되면서다. 업계에선 당국이 모험자본 활성화를 강조해온 만큼 변수가 없다면 인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의 참전은 발행어음업 시장 재편을 예고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조달을 할 수 있어 몸집과 사업영역도 확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만 인가를 받았다.

다만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제로금리 시대로 역마진 우려가 나오고, 수신금리 이상의 운용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017년 12월 심사 보류했던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업 심사를 사실상 재개했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는 “공정위 발표 뒤 금융당국과 발행어음업 인가 절차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움직임은 공정위가 지난달 27일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결과(시정명령 및 과징금)’를 발표하면서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7월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을 했지만 같은 해 12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심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대주주가 공정위 등의 조사를 받고 있으면 해당 사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인가 심사가 보류된다. 관련 법상 금융당국은 단기금융업무 신청서를 받으면 3개월 내(흠결 보완 기간 등 제외)에 결과를 회신해야 한다. 앞서 인가 신청 당시 한 달 가량 심사를 진행했기에 이르면 한두 달 내 결론이 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추가 결격 사유가 없다면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업 인가 가능성을 점친다. 인가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오랜 시간 발이 묶였고,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술력과 성장성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모험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업 제도의 취지이기도 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이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두 배가량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절반 이상을 의무적으로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

발행어음업은 초대형IB의 핵심사업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진출 시 유동성 공급 확대 및 시장 판세 변화도 전망된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 KB증권이 해마다 1곳씩 인가를 받았다. 올 1분기 기준 초대형IB 3곳의 발행어음 잔액(수신잔고)은 14조6290억원이다. 작년 말 대비 13.5% 증가한 규모다. 선발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앞서며, 후발주자인 KB증권이 단기간 내 추격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뿐 아니라 지난 3월 유상증자한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함께 발행어음사업에 필요한 인력, 조직 등을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적절한 인가 신청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18년 배당사고 등으로 사업 신청을 철회했다.

발행어음 시장 활성화는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제로금리 시대에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해온 만큼 사업자가 많아질수록 증권사가 손실을 안으면서 경쟁해야 한다. 3개사는 5%대 수신금리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선점 경쟁에 나섰다. 기업금융 시장 경색과 부동산 규제로 자금을 굴릴 만한 수익원과 신규 투자처도 마땅치 않다. 통상 자금 운용 시 회사채 등의 채권이 50% 이상을, 부동산금융이 20~30%를 차지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의 2배를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업은 증권사로선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3개사로 제한돼 모험자본 공급 측면에서 발행어음 진입 장벽과 제도 운용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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