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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질병관리본부의 승격...기대보다 우려되는 배경은

[취재뒷담화]질병관리본부의 승격...기대보다 우려되는 배경은

기사승인 2020. 06.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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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방역의 주역인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을 발표했으나 업계선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질본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치료제 개발과 연구를 하는 곳으로 업계에서는 질병관리청과 연구원이 함께 있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는 가장 큰 취지는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입니다. 현재 질본이 복지부 산하에 있는 만큼 예산이나 인사권에서 자유롭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특히 복지부에서 인사권을 주도하고 있으니 정작 질본에는 감염병이나 보건 전문가보다는 행시 출신의 공무원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예산 확보와 인사권을 주면 독립성은 물론 전문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또한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국립보건연구원을 발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다릅니다. 현재는 질본과 국립보건연구원이 산하 기관인 만큼 서로 간 감염병 치료와 연구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데 반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다면 복지부 산하인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작 감염병 전문성을 확보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할 질병관리청이 복지부의 눈치를 보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질병관리청과 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이 ‘옥상옥’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질병관리청이 독자적인 예산 배정으로 효율성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사실상 감염병의 치료제와 백신 개발, 상용화까지 전 과정의 대응 체계를 국립감염연구소가 담당하게 돼 질본이 승격해도 예산이나 조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작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 질병관리청을 만들어도 독립성만 갖춘 채 권한은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질본은 청으로 승격되더라도 연구 인력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본이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은 필요하다”며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나 정책과 같은 공중보건연구는 별도로 연구기능을 확대해 청 소속 연구조직으로 만들도록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설명했습니다.

다만 질본의 이 같은 입장이 정부와 유관기관인 복지부와 행안부에 적극 반영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 연구 기능은 산하에 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질본의 청 승격을 위해 어떻게 인력을 확충하고 조직을 키울지에 따라 K방역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질본의 바람대로 감염병 연구와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의 확충이 된다면, 질본의 승격은 K방역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격에 맞는 규모와 권한을 갖게 되겠지만 독립성과 전문성만 확보한 채 정부의 뒷받침이 없다면 K방역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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