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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풍경…생애 첫 입학식도 못한 아이들

코로나가 만든 풍경…생애 첫 입학식도 못한 아이들

기사승인 2020. 06. 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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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대' 올해 초등 1년생들, 대면 입학식 못해...학부모.교사 "안타까운 마음 뿐"
2차 등교 개학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고 있다./정재훈 기자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문턱을 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는지 몰랐네요. 학교에 입학한다고 설레서 잠도 못 자던 아이였는데, 아이가 평범한 일상을 갖기가 이렇게 힘드네요.”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장선영씨(35·여)는 아이가 생애 첫 입학식도 갖지 못한 것이 늘 안타깝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필 내 아이의 시작과 함께 벌어졌다는 생각에 억울하기까지 하다. 장씨는 “학교 가기 전 아이가 들뜬 마음에 방과 후 활동을 4개나 신청했다”며 “아직 학교도 못 가고, 가더라도 1주일에 1·2번만 등교하기 때문에 학교에 실망하고 재미를 잃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둘러 교정에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드넓은 운동장. 그 운동장 한구석에서 하얀 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달고 교장선생님의 훈화에 열중하던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은 성인이 된 우리 모두의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들은 이런 당연하고도 평범한 추억을 가질 수 없었다. 대면 입학식을 거부당한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 담임 선생님을 처음 보고 화면 속 친구들과 어색하게 인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위기의 생활방역’ ‘곡예 같은 등교 수업’ 등 날이 갈수록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소식들만 넘쳐나는 가운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직 학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학교에 대해 흥미 자체를 잃을까 가장 걱정이다.

7일 서울 구로구에서 만난 조유미씨(41·여)는 “학교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사회성도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한창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 시기에 마스크나 쓰고 매일매일 불안함 속에서 지내게 해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김윤아씨(36·여)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우려된다”며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마스크를 벗고 서로 웃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안타까움도 매한가지다. 경기 광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씨(32)는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수시로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다만 대화를 일절 못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아이들의 사회성 저하를 지나치게 염려하진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양다인 어린이(7·여)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도 좋고,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도 좋으니, 자주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8일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135만명의 4차 등교 개학을 끝으로 초·중·고등학교의 순차 등교가 모두 마무리된다. 다만 경기 부천시와 인천 부평·계양구 등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있는 지역은 등교 개학 일정을 오는 10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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