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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경제 “선방 중”인가 “엄중”한가

[사설] 우리 경제 “선방 중”인가 “엄중”한가

기사승인 2019. 10.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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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한 언론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에서 누구도 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한 청와대의 경제낙관론을 부정한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잦은 경제현장 방문도 이런 “엄중한 경제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좋은 정책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철학”이라는 묘한 말을 했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 어떻게 ‘좋은’ 정책일 수 있는가? 그의 이런 묘한 발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제의 성급한 도입이 ‘나쁜’ 정책이었다는 간접적 시인이다. 이를 깨닫고 문 대통령이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과연 김 실장의 말처럼 우리 경제상황이 엄중하다고 정부내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9월말 국회답변에서 “고용이 안정돼 있다” “경제 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13일 브리핑을 갖고 “한국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고 본다면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누더기 상태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2분기 상장회사의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대기업의 공장가동률마저 심리적 안정선인 80%가 무너졌다. 수출은 9월말 현재 10개월째 내리막길이다.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 오르는 사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29%나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이 4.6% 늘어날 때 세금은 무려 두 배 이상(9.4%) 증가해 살림살이는 더 궁해졌다.

지금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단순히 해외경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2.7%)보다 높은 2.9%를 기록했고 일본도 호황으로 일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친(親)시장·감세정책을 추진한 반면 한국은 반(反)시장·증세정책을 편 결과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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