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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단상: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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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단상: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사승인 2019. 07.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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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명분이란 일을 꾀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정당성이나 이유를 말한다. 명분은 어떤 행동의 전제가 되므로 그 행동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고, 명분에 대한 호소를 통해 그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쉽다.

어떤 결단을 내릴 때 흔히 명분과 실리 중 양자택일이 문제 된다. 비록 정치학에선 명분과 실리를 대립적인 관계로만 보지 않고 명분을 실리 또는 파워의 한 종류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명분과 실리는 대립할 때가 많다.

실리보다는 명분만 중요시하다가 패가망신한 어리석음과 관련, 송양지인(宋襄之仁)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와 초나라가 패권을 다투며 전쟁을 벌였는데 초나라는 대군을 이끌고 송나라 국경 근처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초나라 군사가 강을 반쯤 건널 무렵 송나라 신하가 공격을 주장했으나, 송나라 양왕은 “군자는 남의 곤란한 처지를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공격을 하지 않았다. 결국 진용을 가다듬은 초나라는 송나라에 대승을 거뒀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 레온5세는 심복 장군 미하일의 반역 음모를 적발하고 미하일을 체포한 후 바로 사형에 처하려 했으나 황후 테오도시아가 “내일은 성탄절인데 성탄절을 앞두고 살인을 하면 불길하다. 성탄절 다음 날 처형하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해 미하일은 감옥에 갇혔다. 그날 밤 미하일은 부하들에게 연락해 성탄절 미사 도중 황제를 살해하고 황제 미하일 2세로 즉위했다.

한편 실리는 얻었지만 명확하지 않은 명분으로 비판받은 사례도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확실하지 않은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고, 결국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란 실리를 얻었지만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들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12·28 위안부 합의 파기,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등을 거치면서 아베 정권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비판해 왔는데, 드디어 ‘경제전쟁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에 맞선 의병들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녹두꽃’의 마지막회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죽창가’를 소개했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입장이므로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은 친일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 국면에서 국민들을 감정적으로 선동하는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있고, ‘죽창가 발언은 하수 중의 하수이며 지금은 일본에 양보해야 이긴다’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고 서로 양보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자제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잘못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치즘에 대해 지금도 철저히 단죄하고 사과하며 반성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우리나라, 중국, 동남아에서 저지른 전쟁과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본으로부터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것이 명분이다. 만약 일본으로부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도 받지 않으면서 실리만을 추구한다면, 독립운동을 하셨던 선조들에게도 우리들의 아이들에게도 우리는 명분이 없어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조준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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