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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입에는 쓰지만 몸에 좋을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의 지적

[칼럼] 입에는 쓰지만 몸에 좋을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의 지적

기사승인 2019. 07.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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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세계 최고의 경제정보제공서비스사인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아시아경제담당 슐리 렌(Shuli Ren)의 한국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오피니언면에 실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면서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이 이제 개집 신세라고 했다. 그는 그 이유가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과의 갈등보다는 내부 정책에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주의 실험이, 한때 활기가 넘쳤던 한국 경제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인 도전정신)을 질식시켰다”고 썼다. 아마도 호랑이 같은 기업가적 도전정신이 없어지고 이제 호랑이가 개집에 들어앉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과격한 표현을 쓰면서 현재의 한국경제를 혹평하는 근거로는 주식시장의 저조한 성적,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거둔 원화가치의 하락 등을 제시하면서 그는 우리 경제를 ‘추락하는 천사’로 비유했다. 특히 사람과 자본이 떠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런 움직임을 반전시키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보탰다. 기업들의 투자가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고 작년 호찌민시의 값비싼 콘도의 22%가 한국인의 구매였다는 것이다.

렌이 지적한 사회주의적 정책이란 바로 시장,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자생적 결과인 가격과 수량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간섭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근무제 같은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장에서 자발적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임금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이런 정책들을 ‘사회주의’ 반(反)시장정책으로 분류했다. 그는 문 정부가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이미 사람과 자본의 탈출을 막기는 늦었다고 보고 있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던 보수적인 한은이 기준금리를 미국의 연준에 앞서 인하하고 지금 정부가 대대적인 추경도 편성할 계획이지만, 렌과 같은 해외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는 우리 경제에 닥친 문제의 본질은 금리 문제도, 또 정부의 적자재정지출의 부족도 아니며, 근본적으로는 내부의 정책들이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꺾는 데 있다고 강한 용어들을 동원해 일갈한 셈이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했다. 비록 현 정부로서는 해외 칼럼니스트의 이런 맹렬한 지적이 귀에 거슬리겠지만 잘 새겨 들어야 한다. 특히 이자율을 낮추고 재정만 늘리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회복될 것처럼 정부의 경제관료나 정치인들이 착각하지 않도록 하는 데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한편으로는 우리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의 문제가 내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어서 이를 변화시키면 희망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정책기조를 확 바꾸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 기업인들의 호랑이 같은 도전정신을 일깨워 한국에서 발휘하도록 할 길을 빨리 찾으라고 칼럼이 주문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언론에서 수없이 제기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라는 제언은 이 칼럼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 기본적 부분만 언급하면, 우선 노동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발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에 대한 간섭을 없애야 한다. 아울러 공급에 대한 자율적 결정, 특히 노동시장에서 주52시간 근무를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노동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R&D에서처럼 공급 상의 여러 문제들을 일으킨다. 당장 손보는 게 옳다.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 이유로 건설업계의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도입하지 않는 게 좋다.

해외 칼럼니스트의 아픈 지적이 우리 경제에 좋은 약이 되도록 경제참모들과 장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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