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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한 과제

[칼럼]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한 과제

기사승인 2019. 08.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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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미국 시애틀 중심가에 있는 불릿센터(Bullit Center)는 대표적인 제로에너지빌딩이다. 건물 옥상을 뒤덮은 575개의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력(연간 230MWh) 중 70%는 자체 사용하고, 나머지는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불릿재단이 300년 이상 버틸 정도로 견고하게 지었다는 이 건물은 두꺼운 단열재와 3중창을 깔아 최고의 에너지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용수도 자급자족하여 ‘살아있는 건물’이라는 인증까지 받았다. 지하 120m 깊이의 26개 지열 우물을 통해 13℃ 용수를 1년 내내 계절과 관계없이 공급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면서도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한 건물을 말한다. 전세계 에너지소비 중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효율이 높은 건물을 지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높일 필요성이 큰 것이다. 향후 5년 내 글로벌 제로에너지빌딩 시장은 4배 이상 커질 전망이어서, 선진국들은 관련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모든 공공건물과 기존 건물의 50%를 제로에너지빌딩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EU는 신축건물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짓도록 의무화했고, 일본도 일반주택 중심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신축되는 모든 공공건축물은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지어야 한다. 2025년에는 새로 짓는 민간건축물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작년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이 개정되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가 도입되었다. 현재까지 58개 건물이 인증을 받았지만, 대부분 최저 수준인 에너지자립률 5등급이거나 예비인증에 불과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에서 가장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서울에너지드림센터도 에너지자립률이 60.37%로 3등급이다. 그 외에 한국에너지공단,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등도 아직 5등급에 머물러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건축비가 평균적으로 일반 빌딩의 1.6배 정도 든다는 점이다. 창이나 차양·이중창 등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냉난방과 조명 등 건자재와 설비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설비제어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초기부터 통합설계를 한다면 공사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성이 확보된 보급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지나친 비용 때문에 업계가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내 협업도 긴요하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활용하는 능동적(Active) 요소뿐만 아니라,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수동적(Passive)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자에 중점을 둔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고, 건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후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요소가 합쳐져야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건물효율 향상, 단열기준 상향 조정 등에 관련 부처들이 힘을 모아 실제 업계에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 신축 건축물의 70%를 제로에너지빌딩으로 대체할 경우 화력발전소(500MW 기준) 10곳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면 1조2000억 원의 에너지 수입비용을 아끼고, 1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그만큼 제로에너지빌딩은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해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정책은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성공할 수 있다. 향후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중앙정부의 제로에너지빌딩 성공사례가 많이 나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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