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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투르크메니스탄 첫 세종학당 ‘한류전진기지’

[칼럼] 투르크메니스탄 첫 세종학당 ‘한류전진기지’

기사승인 2019. 11.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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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훈 주 투르크메니스탄 한국대사
투르크 첫 세종학당 수강신청 정원 초과 대환영
청소년들, BTS K-pop 아이돌 보고 싶어 한국어 공부
고려인, 모국 방문의 꿈...분교 설립 요청도
투르크 대사
진기훈 주 투르크메니스탄 한국대사
지난 10월 말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바가트에 세종학당이 처음 문을 열었다. 중앙아시아 내륙국가인 투르크에 한류 (韓流) 보급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중앙아 5개 나라 가운데 마지막 남은 공백을 채우면서 지역체제도 완성됐다.

투르크에는 아자디대 한국어과를 빼고는 한국어를 직접 배울 곳이 거의 없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세종학당이 문을 열어 두 나라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가뭄에 단비가 내린 듯 초급반 60명, 중급반 20명 정원은 수강신청을 받자마자 초과됐을 정도로 대환영을 받고 있다.

투르크는 개발도상국이지만 광활한 영토에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부국이다. 과거 영국과 러시아 간 ‘그레이트 게임’의 현장이기도 하다. 소련에서 독립한 뒤 영세 중립국으로서 열강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 문화 수용에 매우 신중한 입장인데 이번에 세종학당 설립을 허가한 것은 큰 용단이라 할 수 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도 없고 공자학원도 없으며 서방 주요 나라의 어학기관도 하나 없는 이곳에 세종학당이 들어선 것이 얼마나 큰 ‘특례’인지 짐작할 수 있다.

◇ 한·투르크 문화적 친근감…한류 열기 대단

투르크는 창의적이고 우수하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은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투르크는 오랜 세월 동안 비단길을 통해 교류해 왔던 ‘형제국가’로 언어와 복식, 춤사위에서 공통점이 많다.

숙원사업인 아시가바트 세종학당 설립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 세 나라 순방을 계기로 투르크를 국빈방문 했을 때 두 나라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성사됐다. 세종학당 초급반 등록자 중에는 열렬한 한류 팬인 중학생이 반을 넘는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에 유학 가고 싶어서” 또는 “케이 팝(K-pop) 아이돌을 만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다양한 수강생들로 꾸려진 세종학당 수업은 여느 교실과 달리 분위기도 활기차다. 특히 청소년 수강생들이 방탄소년단(BTS) 멤버 이름을 한글로 써 보이는 모습은 생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초대 교사로 부임한 마야 선생님은 “청소년 수강생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 유학, 모국 방문 같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어 학구열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중급반 수강생들은 세종학당재단 주최 한국어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해 한국 방문의 꿈을 꼭 실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삼삼오오 케이 팝 동아리 그룹을 만들어 연습하며 조만간 실력을 선보이겠다고 한다. 한류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모국 그리운 고려인, 가족 함께 한국어 배워

수강생 중에는 현지 고려인들도 상당수 있다. 한국정부가 고려인 후손 모두에게 재외동포 지위를 확대하면서 한국 방문·체류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고려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 40대 고려인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남편과 딸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나중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했다. 등록을 하지 못한 고려인들은 세종학당 분교를 설치하거나 따로 고려인 쿼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2세대 고려인이자 다쇼구즈 고려인협회 회장인 김 엠마는 한국이 이렇게 큰 나라가 돼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은 한국 이야기가 이제는 가물거리지만 배움의 길을 열어 준 세종학당에 감사하다고 했다. 고려인 동포사회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워 따뜻한 모국에 가서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으로 고려인 동포사회는 부풀고 있다.

아시가바트 세종학당은 고려인 동포와 모국 사이를 이어주고 중앙아 내륙지역으로의 한류 확산을 선도하는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한·투르크 간 문화·인문 교류의 금자탑으로 우뚝 선 아시가바트 세종학당이 아름다운 우리말 배움터로 길이 번영하고 두 나라 국민 간 영원한 우정의 전당으로 승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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