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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82년생 김지영’, 차별 맞선 ‘보통 여성’에 건네는 위로

[영화뭐볼까] ‘82년생 김지영’, 차별 맞선 ‘보통 여성’에 건네는 위로

기사승인 2019.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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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봄바람영화사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이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가 봐야 할 영화다. 한 개인으로서 김지영(정유미)이 마주하는 차별과 부조리는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82년생 김지영’은 고통스럽고 가슴 아린 이 이야기를 담백하고 먹먹하게 풀어낸다.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자리한 ‘보통’ 여성이다. 그는 어느 날부터 자신이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른 누군가로 빙의해 내뱉곤 한다. 이상해진 아내의 모습에 놀란 남편 대현(공유)은 그의 상처를 안아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김지영은 차별에 익숙했다. 친할머니는 언니 은영(공민정)과 지영은 안중에도 없이 남동생 지석(김성철)만 챙겼다. 마케팅 회사를 다니던 김지영은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번번이 남성 사원들에게 밀렸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팀장이 여성으로서 겪는 성희롱과 수모를 눈앞에서 봤지만 일을 포기할 순 없었다. 하지만 대현과 결혼, 이어진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둔 그는 자신의 삶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깊은 생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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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봄바람영화사
겨우 생긴 복직의 기회는 시어머니의 반대로 막힌다. 김지영은 자신을 위해 육아휴직까지 고려했던 대현마저 의심한다. 하지만 대현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김지영은 정신적으로 많이 아픈 상태였다. 그의 병을 알게 된 어머니 미숙(김미숙)은 아들을 위해 한약을 지어온 남편 영수(이얼)에게 소리치며 울었다. “당신의 딸이 지금 어떤지 아느냐”고 말하면서.

김지영이 겪는 일은 82년생이 아니어도,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너무나 번번하게 겪어온 일상이다.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당한 성추행,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화장실, 어머니를 비하하는 단어 ‘맘충’, 결혼과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자라는 이유로 도맡아야 했던 집안 일. 한 데 모이면 자극적일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평범하고 덤덤하게 전개해나간다. 김도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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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봄바람영화사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정유미는 이번 작품에서 절절히 김지영을 표현한다. 관객이 김지영의 시선으로, 김지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작품에 몰입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아픈 지영과 마주한 미숙이 눈물을 꾹 참고 그를 안아주는 장면은 ‘82년생 김지영’ 속 가장 감정을 흔드는 하이라이트다.

아쉬운 건 원작 소설과는 다른 엔딩이다. 갑자기 딸을 돌보고 있는 대현의 모습도 어색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의도를 보고 있자면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엔딩도 이해가 간다. 2019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을 ‘김지영’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따뜻하게 드러나는 엔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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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봄바람영화사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을 다뤘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하자 그 비난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게로, 김지영을 연기하는 배우 정유미에게로 쏟아졌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무작정 비난을 하는 이들은 정말 소설을 읽어보았는지, 읽어보았다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지 말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원작 소설보다 좀 더 친절하다. 영상화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직접 말을 내뱉고 행동하면서 더욱 현실감을 준다. 만약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도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이 작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김지영’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주해야 할 아픈 현실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오는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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