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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가들의 기를 정말 살리려면

[칼럼] 기업가들의 기를 정말 살리려면

기사승인 2017. 12.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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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는 눈이 제법 세차게 내려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비록 출근길이 많이 막혔지만 날씨의 변화처럼 우리 경제에도 어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게 한다. 그런 기분 탓인지 최근 부쩍 여기저기서 기업가들의 기를 살려야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임금의 장기적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아마도 연말이다 보니  언론사마다 내년 경제를 전망해보는 기획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에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양이다.
  

우선 기업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가들이 자신감을 잃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7일 경총이 발표한 '2018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경기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최고경영자가 현상유지(42.5%)와 긴축(39.5%)을 하겠다는 곳이 확장(18.0%)을 하겠다는 곳의 수를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다. 300인 대기업의 경우 '올해 수준'(38.8%)으로 경영하겠다는 곳이 가장 많았지만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54.6%)이 투자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중소기업을 혁신성장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정부에서 중소기업들이 향후 경제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더 불안해하고 있다. 아마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의 확대 해석 등이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더 큰 불확실성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대응도 중소기업들은 대개 고용축소나 가격인상 등인 반면 대기업은 자동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쪽이든 이것이 서민 일자리의 축소를 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대로는 기업들이 버틸 수 없으니 노동정책을 다시 짜라는 주문이 경제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런 주장을 모를 리 없을 테니 잘 대응해주기 바란다.
 

청와대와 8대그룹이 20일 비공개 만찬회동을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날 8대그룹의 대외협력을 책임지는 핵심 경영자들과 만난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알 수 없지만, 경제전문가들의 부탁처럼 "새정부의 경제정책이 균형을 찾아가고 위축된 기업인의 기를 살려 혁신성장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다. 최근 일부 사람들이 정부가 과감하게 돈을 쓰면 민간의 투자가 촉발될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 정부의 통큰 씀씀이가 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남미와 그리스 등에서 보듯이 정부의 씀씀이가 헤퍼질수록 민간의 투자여력이 줄고 민간의 부담은 누증되어 경제가 질식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기업가들의 기를 살려서 도전 의지와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내세운 정부가 할 일이다.
 

기업가의 기는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기업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법정에 세우는 일을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또 위험을 떠안으며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을 저급한 돈벌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영권의 견제만이 능사가 아니고 경영권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비로소 도전적 투자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치가들이 기업가들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그들로부터 어려움이 무엇인지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정책에 반영하려는 겸허한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기업가의 기를 살리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은 천만 다행이다. 그래서 기업가들의 기를 살릴 방안을 몇 가지 들어봤지만, 그저 고요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세찬 눈발이 하염없이 쏟아지듯이 우리 경제에도 내년에는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가들이 감방이건 사무실이건 위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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