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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칙의 힘 보여준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

[칼럼] 원칙의 힘 보여준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

기사승인 2018. 04. 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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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지난 1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두고 노조원 투표를 실시해서 찬성 60.5%로 해외매각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근 10년을 끌면서 최근에는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로 법정관리 이후 청산으로 내몰릴 뻔했던 금호타이어 문제가 ‘더블스타’라는 새 주인을 찾으면서 경영이 급물살을 타고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노동자들은 법정관리로 들어갔을 때의 대규모 감원 사태를 피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금호타이어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청산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노조는 ‘먹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에 끝까지 반대했지만 ‘해외매각’과 ‘법정관리 후 청산’의 갈림길에서 결국 태도를 바꾸었다. 이렇게 노조가 채권단의 중국 더블스타 자본의 유치에 동의하게 되기까지 노조 내부의 반발 등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청와대가 분명한 원칙을 노조에 확실하게 전달했던 게 주효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아침에 있었던 경제장관 간담회 후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면서 자구노력이 없는 좀비기업에 혈세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의 뜻을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절대 정치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청와대까지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자 노조도 버티기로는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는지 해외매각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원칙의 힘’을 확인하게 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노예의 길’임을 갈파했던 저명한 사회철학자인 하이에크는 ‘편의주의보다 원칙’을 고수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번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건은 바로 이런 원칙이 편의주의를 이긴 경우로 볼 수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끝까지 버티다가 막판에 태도를 바꾼 것도 결국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친(親)노조 성향의 현 정부가 ‘편의적으로’ 재정(혈세)을 더 투입해줄 것을 은근히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가 무너지자 노조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청와대가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한국GM, STX조선 등 구조조정 기업에 엄정한 경제논리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하기 바란다. 이렇게 ‘편의주의’가 아니라 ‘원칙’에 따른 정책을 꾸준히 실천해야 그 일관성으로 인해 ‘원칙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 결과 “부실 처리문제에 청와대와 정치논리가 끼어드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부실기업의 경영자든 노조든 국민의 비용으로 이득을 보려는 억지 시도가 허망할 뿐임을 미리 알기에 ‘숫자의 위력’을 앞세운 그런 시도 자체를 포기할 것이다.

사실 부실기업의 처리에 ‘정치논리’를 개입시키지 않는 것, 즉 혈세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청와대가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없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이게 아주 신선하게 들린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역대 정부를 거쳐 부실기업 처리와 같은 문제에 대해 확실한 법의 지배 원칙을 확립하지 못한 반면, 일정 부분 ‘떼법’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현 정부는 친(親)노조이기 때문에 노조가 버티면 정부가 지원을 늘릴 것이라는 생각이 노조 지도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막연한 기대 자체를 확실하게 끊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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