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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생아 사망 사건’ 의사 향한 감정적 공격은 자제해야

[칼럼]‘신생아 사망 사건’ 의사 향한 감정적 공격은 자제해야

기사승인 2018. 04. 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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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지난해 12월 16일 이대 목동병원 중환자실의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국민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명성을 가진 병원에서 신생아들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연이어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내 아이나 손주가 그렇게 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공분했다.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신생아 4명이 사망한 것은 전날 맞은 영양제 주사제가 균에 오염된 탓에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조사 결과로는 멸균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주사제를 나눠담고 ‘1인 1병’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1병을 주사기 7개로 나눴으며, ‘개봉 즉시 사용 또는 냉장보관’ 수칙을 위반한 것이 감염의 원인이었다.

4개월 정도 지나 의료진이 구속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이 실제 투약간호사를 포함, 의료진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투약간호사를 제외한 3명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8일 오후 500여명의 대한의협 소속 의사들이 모여 강력하게 반발했다. 1993년부터 병원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에 왜 경영진과 의료시스템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관리책임’을 묻느냐는 이유 있는 항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족들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민들이 ‘의사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는 특권층이냐’면서 감정적으로 의사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지만 의사들이 그런 주장을 한 적도 없고 그들의 항의에 일리가 있다. 이런 감정적 반응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는커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표준수가 문제로 산부인과·외과·중환자실 등 사망위험이 높은 과에 의사 부족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구속까지 감수하면서 진료할 의사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그치지 말고 보사부를 비롯해서 국회 등 정치권은 향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방안을 마련할 때는 단순히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있었던 외상(trauma)센터의 폐쇄 사건을 잘 음미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강화하여 외상센터 응급실에 온 환자는 환자의 지불 여력과 상관없이 반드시 치료하게 하자는 운동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병원들로 하여금 응급실에 실려 온 중태의 환자들을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반드시 치료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 결과 치료비용을 환급받을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치료를 거부했다가는 그 병원이 ‘보편적 의료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

도심 늦은 밤에 벌어지는 각종 사고들이 모두 응급실로 몰리자, 실려 온 환자들을 서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떠넘기기 위해 앰뷸런스 운전사에게 ‘뇌물’을 주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이것마저 여의치 않자 병원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아예 응급실을 폐쇄하였다. 이제 응급실이 없으므로 모든 이에게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의료권’을 침해할 일도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응급실을 이용할 필요가 언제든 발생할 일반인들의 의료서비스 혜택은 많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이번 신생아 사망 사건은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우리 의료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빚어졌던 외상센터 폐쇄 사건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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