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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종현 회장이라면 어떻게 고언했을까

[칼럼] 최종현 회장이라면 어떻게 고언했을까

기사승인 2018. 08. 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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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오는 26일은 고 최종현 SK회장의 서거 20주기다. 그는 섬유회사였으며 장학퀴즈의 스폰서로 유명했던 선경을 세계굴지의 SK그룹으로 키워낸 기업가이자 전경련 회장을 맡아 ‘21세기 10대국가 달성’이라는 당시에는 꿈같던 예언을 했던 분이다. 당시에는 황당하게까지 들렸지만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고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도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고용참사’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신규고용의 성적이 나빠지고 있고 국민 10명 중 7명이 우리 경제의 상황이 나쁘다고 우려하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그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그가 생존해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할지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자.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에 따르면, 최 회장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시장이자율보다 더 낮은 ‘이자율’로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경쟁원리를 중시하는 시장주의자였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기업을 일으킬 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 앞서 이동통신이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하고 미주경영실을 개설하는 한편 미국 현지 통신사에 투자하거나 직원을 파견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했다.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회사 1순위에 꼽히는 SK텔레콤은 그의 그런 비전과 준비가 만든 작품이다.

아울러 그는 1등 국가의 실현을 꿈꾼 시장주의자였기에 세무조사 등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규제철폐와 쌀시장 개방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할 말을 다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7년 말 외환위기 때에는 폐암 말기 투병을 하면서도 산소호흡기를 달고 청와대를 찾아가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한국경제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고언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감안하면 그가 내렸을 고언의 내용은 아마도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마도 최소한 몇 가지 점에서는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타협적’ 충고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이론에 동의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한꺼번에 추진하라는 ‘애매한’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강행이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이며 그런 위험한 규제가 몰고 올 파국을 강력하게 경고했을 것 같다.

물론 한순간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전경련이 예전과 같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이라면 모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별로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비록 최 회장이라고 한들 대통령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또 공연히 그런 ‘위험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모진 돌이 정 맞는다’고 생각해서 조심할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한순간의 다른 생각이 나만의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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