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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장 자본주의와 정치적 자본주의

[칼럼] 시장 자본주의와 정치적 자본주의

기사승인 2019. 09. 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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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일 때 나온 그에 대한 비판들 가운데 한 가지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은 그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행동했다”는 말이었다. 기억에는 잘 남는 대비여서 그렇게 비판했겠지만,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평소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그가 돈을 멀리할 줄 알았는데 불법 혹은 탈법과 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추구했다”는 뜻일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닐 뿐더러 멀쩡한 자본주의를 모함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는 사유 재산권을 기초로 해서 서로 이득을 보는 자발적인 교환이 최대한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체제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사기나 강압 혹은 탈법을 이용한 부의 축적을 정당하게 보는 체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자본주의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 더 많은 돈을 번 경우에만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이클 조던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면서 그의 농구 경기를 보러 오는 팬 덕분에 엄청난 연봉을 받더라도 그의 소득은 정당하다. 그러나 사기나 강압을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한 ‘합법을 가장한’ 거래까지 도덕적 정당성을 얻을 순 없다. 예를 들어 ‘태양과의 너무나 불리한 경쟁’ 때문에 양초를 팔 수 없다면서 정치적 힘이 센 양초제조업자들이 ‘양초제조업 보호’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받는다면 이는 ‘법을 통한 약탈’에 해당하므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정치적 연줄이 좋은 사람들’(politically well-connected)이 이를 이용해서 돈을 번다면, 이것을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치적 연줄이 좋은 사람들의 이득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억울한’ 희생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저렴하고도 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음에도 경쟁력이 없는 업체가 그런 연줄을 이용해서 관급공사를 하게 된다면, 이는 관급공사를 못하게 된 업체를 희생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랜들 홀콤은 이런 정치적 연줄을 이용하는 체제를 ‘정치적 자본주의’(political capitalism)라고 부르면서 원래의 시장 자본주의(market capitalism)와 대비시킨 바 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정부가 많은 돈을 쓰는지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시장 자본주의 체제를 그런 정치적 자본주의 체제로 변질시키는 게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그는 정부의 규제권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 권한이 클수록 그런 정치적 자본주의를 추구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그의 이론은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마구 돈을 찍어낸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식료품 부족으로 생지옥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일부 권력층은 종전보다 더 살고 있다는 것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또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이런 경제적 곤궁에 빠졌지만 이런 사회주의 정권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로는 흔히 국가에 의한 부조에 의존하는 국민들이 많아서 그런 부조를 철폐하는 정책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요인은 마두로 정권이 경찰과 군대에게 충성을 바치는 대가로 식량과 생활용품을 특별공급하는 등 정치적 연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Bishop, ‘사회주의 베네수엘라, 아사(餓死) 지경의 빈자들과 성찬 즐기는 권력자들’)

한마디로 ‘자본주의’를 공연히 욕하지 말고 정치적 연고가 좋은 자들이 특별한 혜택을 누리는 그런 체제를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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