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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기소 검사의 분리와 두 종류의 오류

[칼럼] 수사·기소 검사의 분리와 두 종류의 오류

기사승인 2020. 02. 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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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행보들이 법조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법무부장관 취임 후 검찰총장과 협의도 없이 수사를 담당하던 검찰간부를 좌천시키고 직제개편을 통해 일선 수사검사들을 이동시켰는데, 이는 ‘수사방해’가 아니냐는 비판을 이미 받았다. 또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추 장관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21일에는 이에 대한 의견교환을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불참한 가운데 검사장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우선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 수사 지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검찰총장의 참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회의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 상견례 성격의 이런 모임을 가졌을 뿐,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와 같은 구체적 방안을 두고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다고 한다.

추 장관의 ‘수사검사와 기소검사 분리’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이미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13일 부산고검을 방문하면서 그는 “수사는 기소를 위한 것”이며 “재판에서 심리한 판사 다르고 판결하는 판사가 다를 수 없듯이, 검찰도 수사한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가 다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법조계와 검찰의 반대에도 왜 추 장관이 ‘수사·기소 검사 분리’ 추진을 고집하는지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추정되는 추 장관의 의도로는, 오는 7월 신설되는 공수처가 출범해서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들을 넘겨받을 때까지 검찰이 울산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으로 수사하고 이를 기소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 있다.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한 후 인사권자가 기소검사를 ‘자기 편’으로 심어두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아무리 수사를 해도 재판에 넘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추 장관과 법무부가 내세우는 수사와 기소 분리의 필요성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결정권까지 갖는 현 체제에서 검사가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검찰의 기소 후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한마디로 구체적인 수치의 외국과의 비교 없이 한국의 검사들이 무분별하게 무죄를 받을 사람을 기소하는 성향이 높다고 한 셈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검사의 확증편향과 오류를 통제할 장치를 검토해야겠지만, 검찰 측은 내부 결재 시스템을 통해 이런 오류가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는지 여부가 법원의 재판을 통해 판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이런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는 삼권분립의 취지에 반한다는 헌법학자도 있다.

아무튼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의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할지 모른다. 다만 법무부가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통계학의 2종류의 오류에 대한 가르침이다. 통계학의 가르침에 따르면, 무죄임에도 기소하는 오류를 줄여야 하지만(1종 오류), 그런 (1종) 오류를 줄이는 데만 집착하다 보면, 유죄임에도 기소하지 않는 또 다른 종류의 (2종)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1종 오류와 2종 오류를 합한 것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의사결정이 최선이다. 어떤 사람이 유죄인지 100%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정황 증거들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 법무부는 1종 오류를 줄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그렇게 할 때 유죄인 사람을 무죄로 만들 2종 오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법무부가 1종 오류뿐만 아니라 2종 오류도 함께 줄일 때 ‘법의 정의’가 살아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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