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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확실성에 따른 디커플링(Decoupling)과 새로운 커플링

[칼럼] 불확실성에 따른 디커플링(Decoupling)과 새로운 커플링

기사승인 2020. 05. 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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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전 세계적 수준으로 확장되었던 분업화된 공급망이 전염병이 발생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새로운 주제가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기존의 공급망을 생산주체들 간의 ‘커플링(Coupling, 짝 짓기)’이라고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새로이 부각하게 된 ‘전염병’이란 불확실성 요인에 대응해서 기존의 공급망을 해체하거나 좀 더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 디커플링일 것이다.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도 이런 디커플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디커플링이 광범하게 일어난다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생산비가 가장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는 공급망이 붕괴됨에 따라 일정 부분 경제적으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겠지만,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듣는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도 그 대상이 중국에 투자한 미국의 기업들일 것이다. 일부는 중국의 잠재적 시장을 보고 여전히 중국에 남는 선택을 하겠지만 일부는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할 것이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 책임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공방과는 별개로 세계의 생산주체들이 어떤 나라의 방역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디커플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공적 방역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K-방역은 우리의 경제문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다른 불확실성까지 없다는 명성까지 얻을 수 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불확실하거나 복잡한 요소들로부터의 영향을 차단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디커플링’을 강조한 사람은 인공지능 문제의 초기 연구자의 한 사람이었던 저명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2001)이었다. 그는, 예를 들어, 매우 정밀한 인간의 다리는 울퉁불퉁한 산길도 쉽게 다닐 수 있지만, 그런 정밀도를 갖추지 못한 자동차는 다닐 수 없다고 하면서, 포장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자동차를 그런 울퉁불퉁한 환경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이먼의 관점에서 보면, 알 수 없거나 정확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영향으로부터 대비하는 것은 모두 일종의 디커플링이다. 재고를 마련하는 것도 그렇고, 각종 보험을 들거나 각종 차선책을 마련하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지금 빚어지고 있는 디커플링 논의도 특별한 인간 행위라기보다는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응하는 인간의 보편적 측면이 드러나는 것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불확실성은 단순히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나 이에 대한 대처 능력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카리스마가 강한 정치 지도자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저명한 경제사가인 로버트 힉스(Robert Higgs)는 이를 ‘체제 불확실성(regime uncertainty)’이라고 불렀다. 한마디로 정책이 어떤 체제를 지향하는지 불분명하면 기업가들이 투자를 꺼리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디커플링’을 한다고 하지만, 비싼 비용을 들여 자국 안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디커플링이 벌어지더라도 ‘믿을 만한 생산주체들’ 사이의 ‘커플링’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믿을 만하다는 의미는 전염병 방역뿐만 아니라 여러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그런 여러 차원들에서 ‘믿을 만한 국가’ 속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포스트 코로나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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