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전인범 칼럼]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트럼프 설득한다

[전인범 칼럼]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트럼프 설득한다

기사승인 2019. 03. 25. 15: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북한, '비핵화 의지' 어떻게 미국 믿게할지 잘 알고 있어
남·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무의미한 시간 낭비 아닌 큰 도움 돼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실 없이 끝난 지 3주가 넘었다. 회담이 열리기 전 까지 마치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단계인 종전선언이 포함된 공동성명이 나올 것처럼 보도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가까이 되는 장거리 기찻길에 오른 것만 봐도 뭔가 성과 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노이에서 북·미 두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싱가폴에서 만큼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회담 내용이나 결과는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에 뭔가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결과적으로 허탈감을 줬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자기 변호사의 변심으로 인한 폭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크게 저하시켰는지 아니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 핵 동태에 관한 강경한 건의가 먹혀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의심했기 때문이다.

미측의 이러한 불신감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부터 굳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용 열차에 북한 핵에 대한 구체적인 비핵화를 의논할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27 만찬에서 김 위원장이 핵과 관련된 어떤 내용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27일 저녁 이후부터 다음날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속내를 아는 일부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대로 28일 회담이 결렬되자 부랴부랴 북측 최선희 외무부 부상이 미측에 달려와 ‘영변 핵 전체’를 내놓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측이 좀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자 정작 어떤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함으로써 또다시 진정성을 의심 받은 모양새가 됐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 의지’ 어떻게 미국 믿게할지 잘 알고 있어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에 임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비핵화에 대해 미국도 어느 정도는 단계적인 추진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와 목표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와 질문에 대해 어떻게 해야 그들의 비핵화 의지를 믿게 할 수 있을지를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전쟁은 아닐지라도 ‘트럼프는 열 받게 하면 무슨 일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귀띔해 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다.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미사일 시험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어떤 형태의 군사적 도발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한·미 간의 분리나 이간질을 통해 그 사이에서 유발될 수 있는 어떤 부수적인 상대적 이익을 노리는 술책을 쓰고자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 또한 좋지 않은 방법이다. 한·미 두 나라 사이의 동맹은 설령 그것이 외형적으로나 일시적으로는 어떤 갈등 요소가 있고 이해관계가 다소 엇갈리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남·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무의미한 시간 낭비 아니다

이러한 성향의 트럼프를 설득하려면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거들어 줄 수가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약속해 놓고 구차스러운 조건을 붙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미국도 단계적인 비핵화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다른 측면이지만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이 아닌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서 판단하고 개선의지를 나타내면 북한은 경제발전은 물론 세계 속의 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북·미간 진정성있는 노력과 절충으로 합의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미국이 협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가 있다.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진실한 모습이 어느 정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확인되면 양측 모두 단계적인 접근과 해결이 비교적 현실성이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이미 피력한 만큼 북한의 실질적인 경제이익을 위해 무엇이 더 우선적으로 이행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면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결코 무의미한 시간 낭비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역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불신의 간격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는 것은 앞으로의 행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김 위원장이 종국적으로 추구하는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 받는 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