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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거울아 거울아, 누가 지역일꾼으로 가장 좋겠니?’

[홍석빈 칼럼] ‘거울아 거울아, 누가 지역일꾼으로 가장 좋겠니?’

기사승인 2018. 04.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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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우석대 행정학·정책학 교수
6·13 지방선거 50여일 앞으로 다가와
과거-현재-미래 비출 '거울' 잘 뽑아야 후회 안해
내 삶·내 지역 바꿀 수 있는 '미래거울' 지역일꾼 선별해야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정치외교학)
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 5명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다.

여기에 확정된 7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아직은 유동적이지만 개헌 관련 국민투표까지 현실화될 경우 그야말로 메가톤급 선거가 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1948년 제헌 헌법에 규정은 돼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다가 1949년 7월 지방자치법 제정, 1952년 첫 지방의회 구성을 통해 걸음마를 뗐다.

그러다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중단됐으며 이후 1987년 현행 6공화국 헌법체제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법을 개정했다. 1995년 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실시함으로써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올해로 24년째인 현 지방자치시대가 문자 그대로 지방과 지방민이 주인이 돼 스스로를 통치하는 시대라 할 수 있을까? 지방민들 대부분은 아마 자신 없는 답을 내놓을 것 같다. 중앙인 서울시민들의 답도 비슷할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 손으로 뽑은 선출직 지역일꾼들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확신이 들지 않아서일 게다. 굳이 칭하자면 ‘지방자치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지방 정치인들의 유체이탈 현상’이다.

유체이탈자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왔을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이끎으로써 나와 내 가족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역일꾼들을 뽑기 위해 후보자들을 가늠해 볼 거울들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유형의 거울이 있겠다.

첫째,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다. 입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보자. 비록 그간 거창한 일들을 해오지는 않았을지라도 그가 살아온 지역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후보자 본인이 주변에 덕이 되었는지, 정의롭고 공평무사하게 처신했는지, 지역공동체의 민생 발전에 기여했는지 비춰봐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의 자세에 관해 ‘절대로 이조판서나 참판 등 인사담당자를 찾아가거나 해서는 안 된다. 벼슬은 백성을 섬기라고 임금이 내린 것이지 인사담당자가 임의로 준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에 옳게 행하는 데 있어 사람이나 물질(이권)에 의해 장애되는 일이 있었을 때 기탄없이 버렸던(棄) 사람을 택하라고 권면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나온 후보자들을 과거의 거울에 비춰보자.

둘째, ‘현재’를 투영한 거울이다. 입후보자의 현재 됨됨이는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정직(正直) 한가이다. 수신(修身)에서 정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남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거짓대해서는 안 된다. 미투 운동은 거짓의 반면교사이자 정직의 타산지석이다.

10년 넘는 세월을 30m 높이 천장에 누운 채로 시스틴 성당 천장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에게 한 친구가 말하길 ‘여보게 누가 알아준다고 그러나? 적당히 하시게...’ 하자 ‘내가 안다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같은 태도와 정직한 마음가짐을 가진 지역일꾼인지 현재의 거울에 투영해 보자.

셋째, ‘미래’를 준비하고 실현할 수 있는가의 거울이다.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융복합화돼 일어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윌리엄 F.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라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전망한 향후 10년 내 710만 개의 현행 일자리가 사라질 세상을 예고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미래로부터의 거센 도전에 실력 있게 응전할 준비가 돼 있는 지역일꾼을 뽑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내 삶을, 우리 지방을 번영의 엘리시엄(Elysium)으로 안내할 안내서를 가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누구인지 비추는 ‘미래거울’을 들여다보고 지역일꾼을 뽑자.

칼 포퍼는 “민주제도는 요새와 같다. 잘 설계되고 파수꾼이 잘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24살짜리 지방자치가 그동안 내 삶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은 제도는 어느 정도 잘 설계되었는데, 그 제도를 올바로 운영할만한 자격을 갖춘 인사들로 운영이 돼 오지 못한 탓이다. 이제 세 가지 거울로 저들을 비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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