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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지역균형발전 둘러싼 ‘NIMBY’와 ‘PIMBY’의 변증법

[홍석빈 칼럼] 지역균형발전 둘러싼 ‘NIMBY’와 ‘PIMBY’의 변증법

기사승인 2018. 10. 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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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우석대 교수
한국전력공사 한전공대 개교 '지역균형발전' 지혜 모아야 할 때
지역사회 기업 '한전공대 부지 지원', 지역-기업-교육 상생 절실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수
야누스(Janus)는 두 얼굴을 가진 로마신화의 신이다. 문(門)을 관장하는 신으로 처음과 끝,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해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현대에는 이중인격자를 지칭할 때 곧잘 쓴다. 요샛말로 ‘내로남불’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대변하는 상징어가 됐다.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이중적인 사람인가 아닌가?’ ‘나는 초지일관 한결같은 사람이지’라는 확신이 쉬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실존 자체가 야누스적인 것이다. 인간 세상은 이기적(selfish)이고 동시에 이타적(altruistic)인 음표들이 복잡하게 포함된 변주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비슷하다.

사람들끼리 얽혀 사는 집단과 사회공동체에 위 질문을 던져보면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와 핌비(PIMBY·Please In My Back Yard)의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혐오하는 것은 멀리하고 싶고 선호하는 것은 가까이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 주권자인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라는 ‘시대명령’을 현 집권 세력에게 내렸다. 현 정부는 현 시대를 ‘국민주권 시대’로 규정하고 국가비전으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고 구현 전략들 중 하나가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이다. 대한민국 전 지역을 차별과 격차가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누가 이 총론에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는 순간 상황은 ‘아우성’이 남발하는 ‘아수라’가 된다.

◇한국전력공사 한전공대 개교 ‘지역균형발전’ 지혜 모으자

현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설정한 100대 국정 과제 중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위한 부분에 143개 지역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17개 시·도 공약 130개와 시·도 간 상생공약 13개로 나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 실천해 나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전체 지역 공약을 뜯어보면 그 어느 공약도 님비를 적극 수용하고 해결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화장터, 쓰레기 소각장, 장애인 복지 시설, 교정 시설 등의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힘 있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 유치,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숙원사업,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클러스터 개발,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인프라 구축, 학교·연구소 등 교육시설 설립 등과 관련한 핌비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었던 한국전력공사(KEPCO)가 7000억 원을 들여 2022년 개교하겠다는 한전공대(KEPCO TECH)를 둘러싼 여·야 간과 지방정부 간 다툼이다.

에너지 분야 산·학·연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적자에 빠진 공기업 한전이 우선 순위로 해야 할 일은 아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대학을 유치하려는 관련 지자체들도 서로 다퉜다. 어느 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각 주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함께 그리고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지역사회 기업 ‘한전공대 부지 지원’ 지역-기업-교육 상생 절실

앞으로 이러면 좋겠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어떤 종류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사업이건 의사결정은 풀뿌리 자치분권 확대 차원에서 해당 지역민에게 맡기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법·제도와 정책으로 지역공약 사업들이 맞닥뜨린 장애물은 제거해 주고 인센티브는 장려하자.

해당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이나 기업인들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그 결실을 지역과 서로 나누는 차원에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에 재원기부 등을 통해 지역-기업-교육이 상생하는 산·관·학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지역사회 기업들이 지역의 학교나 연구소 등에 시설 부지나 건물 등을 지원해 주는 사례가 다반사다. 우리나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돈을 ‘정승처럼’ 쓸 줄 아는 사례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시·도 간 상생 공약의 한 예인 한전공대와 같은 문제는 산·관·학·연을 아우르는 국가균형발전 이슈의 종합판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피할 수 없는 대학 구조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 특히 지방 사학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 된 특성화 사업을 통해 혁신하고 지역 수요 맞춤형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 대학들은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선물세트대학’을 추구했다. 생필품이 부족했던 가난했던 시절에나 좋아했을까 요즈음 같은 시대에 종합선물세트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에 태만해 경영은 방만했고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개성 없는 판박이 스펙졸업생들을 배출해 왔다.

대학도, 중앙과 지방 정부도, 그리고 기업도 핌비와 님비의 조화로운 변증법을 통해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길로 나가야지 않겠는가. 어떻게 나만 다 가질 수 있겠는가. 그 출발점은 역지사지의 양보와 타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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