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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딜레마 빠진 은행들

[취재뒷담화]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딜레마 빠진 은행들

기사승인 2019. 03.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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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경제부 김보연 기자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최근 1년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4대 금융지주와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규모는 3조3000억원. 이는 2014~2017년까지 3년간 발행된 규모(2조6000억원)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신한·하나금융은 최근 1년새 각각 4250억원, 44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KB금융도 지난 19일 지주 설립 후 처음으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후순위채(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합니다.

자본적정성 관리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수년간 금융지주의 ‘1등 전략’은 비은행 계열사 M&A였습니다. 지나친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이루기 위해 택한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여러 자본 확충 방안이 있음에도 굳이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메리트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계 처리상 ‘부채’로 분류되는 은행채, 후순위채와 확연히 다른 점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올해 자본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도입을 앞두고 BIS 비율을 높이고 동시에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발행금리가 4% 중반대로 높아 조달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향후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힙니다. 만약 수조원의 자본이 부채로 전환될 경우 부채비율이 올라 자본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1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이 자기자본에서 부채로 전환될 경우 금융사 평균 부채비율 상승폭이 88.0%포인트에 달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몸집 불리기 경쟁에 혈안인 금융사들이 이제는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따지고 보면 신종자본증권은 보기에만 그럴싸할뿐, 무늬만 자본인 빚에 불과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회계 처리로 덩치를 키운들, 그게 어떤 생산적인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 듭니다.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이 금융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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