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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DLF 제재심 D-1, ‘산 너머 산’ 앞둔 은행들의 엇갈린 속내

[취재뒷담화] DLF 제재심 D-1, ‘산 너머 산’ 앞둔 은행들의 엇갈린 속내

기사승인 2020. 0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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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은 이날 열릴 제재심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제재심은 대심제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재판처럼 변호사 입회 하에 은행 측과 금감원 측이 서로 주장을 펼치게 되는데요. 전례에 비춰보면 장시간의 공방이 예상됩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법무법인 김앤장과 율촌을 선임하고 제재심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두 은행은 징계 수위에 따라 경영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DLF 배상위원회를 구성하며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 행보를 어필하는 모습입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DLF 배상위원회의 구성은 이미 끝났고, 이번 주부터 본격 논의를 진행한다”면서 “배상위원회 위원을 모두 외부인사만으로 구성해 투명성을 높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위원회에서 배상 내용이 결정되면 하루라도 빨리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설 명절이 있어도 미루지 않고 결정이 나는 대로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EB하나은행은 키코부터 DLF와 최근 논란이 된 라임펀드 사태까지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모조리 연루돼 있는 상황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도 은행들 중 가장 먼저 결정했는데요. 배상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협의체 참석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DLF와 라임펀드 사태 등 악재가 겹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리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은행은 키코와 DLF·라임펀드 사태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인데요. 더구나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까지 결정한 상태인 만큼, 중징계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제재심이 오는 1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2월엔 금감원이 제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습니다. 3월 주주총회 전 문책경고 중징계가 확정이 되면 연임마저 어려워질 수 있어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금감원의 문책경고 통보에 약간은 실망한 눈치라고 합니다. 관련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임했는데, 결국 자료 삭제 논란이 일었던 하나은행과 다를 것 없는 징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제재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입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열린 ‘은행사칭 대출사기·불법대출 스팸문자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손태승 회장과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윤 원장이 이 자리에서 손 회장과 덕담을 나누고 “제재심에서 논의되는 바를 잘 경청하고, 그 결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들은 내심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연초 은행들은 올 한 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징계를 앞두고 부랴부랴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놓는 모습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데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제적인 내부통제 강화·소비자 보호책 마련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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