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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 채만 남기고 다 팔아라”…뒤숭숭한 세종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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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승인 : 2020. 07. 10. 06:00

이지훈 증명사진
이지훈 경제산업부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고위 공직자(2급 이상)들이 앞장서 한 채만 남기고 집을 매각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등록된 자료를 기반으로 실태 조사 및 대상자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총리실에서는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내놓은 지시라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당정청 고위 인사들의 다주택 문제가 논란이 되자 애꿎은 공무원들에게 여론의 화살을 돌린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야권에서도 다주택 공직자 처분요구는 여론무마용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가진 부동산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면서 “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을 수행하긴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번 정 총리의 발언에 세종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앙정부부처 기준으로 2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약 1500명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에는 특별분양을 신청해 2주택자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의왕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그는 국무조정실장 재임 시절인 2017년 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받았다.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는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탓에 당장 팔고 싶어도 못파는 2주택자로 남아있다.

정부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고위 공무원 일부가 집을 판다고 집값이 떨어지겠느냐”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바라는 정 총리의 의중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고위 공직자도 한 사람의 국민이고 개개인의 사정이 있는 있는 만큼 애먼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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