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미·중 양쪽 버림받을 위험성
'한·미 동맹 강화·기업 경쟁력'으로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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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크고 작은 불협화음을 겪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대면’ 외교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미·중 관계는 홍콩 보안법과 남중국해 문제 등 전통적 갈등 사안을 기폭제로 정보통신기술 분야까지 ‘샌드위치 외교’의 구조적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미·중 두 강대국과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매순간 ‘선택’을 강요받는 곤혹한 상황에 처했다. 두 강대국이 내놓은 정보기술(IT) 관련 정책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5세대 이동통신(5G) 플랫폼 구축 등에서 중국 제품을 배제하자며 ‘클린 네트워크’를 띄우고, 맞불 격으로 중국이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한국이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어느 한 국가의 편에 서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해왔다. 하지만 ‘가치 중심 신냉전 체제’로 개편 중인 글로벌 정세 속에서 한국 정부의 줄타기 외교는 더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쪽 모두로부터 버림 받을 위험이 적지 않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 경제 분야 동반자 관계인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 ‘실사구시’의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 확실한 독트린(원칙)을 내세워 패권 경쟁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물론 국익을 위한 길에 ‘안보 따로 경제 따로’는 있을 수 없다. 국가 안보를 지탱해 주고 있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