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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소외] ①대한민국은 ‘소송 포비아’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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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율 기자 | 김임수 기자 | 김철준 기자 | 임상혁 기자

승인 : 2023. 07. 25. 07:00

소송이 두려운 건 '비용'…"'패소 부담'에 망설이게 돼"
사회적 약자 위해 힘쓰는 기관은 '정부' 아닌 '시민단체'
10명 中 9명 "우리 사회 '소송 소외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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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27조)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공정하고 차별 없는 재판청구권과 방어권을 지닌다. 이를 통해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소(訴) 제기를 통해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명제는 성별이나 연령, 학력, 소득 격차와 무관하게 통용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격차나 불평등 구조가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아시아투데이 법조팀은 우리 사회 '소송 소외'에 대한 지표를 세우고 국내·외 다양한 양상을 들여다본 뒤 문턱을 낮출 방안을 고민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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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 10명 중 5명은 '공정한 법률구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법률 지식을 직접 찾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주변에 법률적인 도움을 줄 사람이나 기관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는 기관으로는 '정부 기관'보다 '시민 단체'를 우선 떠올렸고, 소송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았다. 특히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에 '소송 소외층'이 있다고 답했다.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와 함께 6월20~21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36명을 상대로 '2023 법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패널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8%p다.
법 인식 조사 1
아시아투데이X알앤써치 '법 인식 조사'/그래픽=이주영 디자이너
우선 '평소 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6.3%가 '전혀 모른다' 또는 '모르는 편'이라고 답했고, '잘 아는 편이다'·'매우 잘안다'는 응답은 8.4%에 그쳤다. 55.3%는 '보통이다'라고 밝혔다.

'평소 법률관련 정보를 찾거나 검색해 본적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73.3%가 '있다'고, 26.7%는 '없다'고 답했다. 법률 정보 검색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18.6%만이 관련 법률 정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세부 집단별로 살펴보면 △18세이상 20대 △학생(직업) △경영직 및 전문직 △소득 800만원이상에서 법률정보 검색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80%를 넘었고, 반대로 경험이 없다는 비중이 40%가 넘는 집단으로는 △주부 △고등학교(학력) △저소득가구로 나타났다.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나 단체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2%만이 '안다'고 답했고, 68.8%는 '모른다'고 답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 200만원이하 집단에서는 28.6%만이 안다고 답한 반면, 500만원이상은 40.7%가 안다고 응답해 소득 수준과의 상관관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법 인식 조사2
아시아투데이X알앤써치 '법 인식 조사'/그래픽=이주영 디자이너
'본인 또는 주변에 법적인 문제로 인해 수사나 재판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34.8%가 '있다'고 답했다. 세부집단별로 눈에 띄는 경향성을 보이진 않았으나 법률정보를 잘 찾을 수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수사·재판 경험이 있다'고 중복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수사나 재판에 어떤 식이든 관여하게 되면 그제야 법률정보를 찾아보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하우를 쌓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사·재판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은 역시 변호사들이었다. 응답자의 29.3%가 '오프라인 변호사사무실 의뢰'를 꼽았고 △지인들에게 도움 요청(23.3%) △법률구조공단 등 정부기관에 문의(16.3%) △검색등으로 혼자 대응(15.1%) △온라인 법률플랫폼 의뢰(5.3%)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4.4%) 순이었다.

◇ 국민 절반 "공정한 법률구조 가능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소송을 통한 공정한 법률구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1.1%는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비율 16.1%와 비교해 3배이상 많은 수치다. 소득별로 보면 경제수준 낮음 집단에서 '가능하다'는 응답은 13.9%에 그쳤지만, 경제수준 높음 집단에서는 30.3%가 가능하다고 답해 격차를 보였다.

소송을 통한 법률구조에 부정적인 응답자의 32.3%는 그 이유로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서(패소할 것 같아서)'를 꼽은 응답자도 30.2%나 됐는데, 이 역시 '패소 비용'에 대한 부담의 결과다. 소송에서 졌을 경우 본인은 물론 상대방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한다는 것이 소송의 주저하는 가장 큰 문턱인 셈이다.

이어 △법조계 지인이 없어서(11.7%) △법을 잘 몰라서(9.5%)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9.5%) △일상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서(5.4%) 등으로 나타났다.

법 인식 조사
아시아투데이X알앤써치 '법 인식 조사'/그래픽=이주영 디자이너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재판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변호사의 '무보수 변론'이나 정부의 법률구조 사업 등도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제도를 잘 모르고 있기도 했다.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로펌 공익 활동 및 정부 사업'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29.3%, '모르고 있다'는 70.7%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는 기관'으로는 응답자의 40.2%가 'NGO·시민단체'를 꼽아 다른 기관을 앞섰다. '국회 등 입법기관'을 꼽은 응답자는 1.7%, '법원 등 사법기관'은 고작 2.7%에 그쳤다. '정부 등 행정기관'이라고 답한 응답자 역시 14.8%로 △없다(18.7%) △잘모름(20%)보다 응답수가 적었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소송 소외층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91.6%가 '있다'고 답했다. 남성(89.8%)보다는 여성(93.3%)이, 20대(87.3%)보다는 50대(94.5%)가 200만원이하 소득층(88.6%)보다 400만원이상 소득층(96.3%)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지낸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가에서도 국선변호인 제도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변호사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 소송 비용도 점차 낮아지는 등 법원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도 "소송 소외 현상이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아졌지만, 절대적으로는 부족하다. 국가가 '사법은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지 않으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로펌 등 민간 영역에서도 '인권 보호'라는 본질적인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홍성율 기자
김임수 기자
김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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