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기성 칼럼] 러시아 하이브리드전의 한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80800162727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08. 08. 17:00

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지난 6월 24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를 두고 푸틴의 통제력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섞인 예측이 있기도 하지만, 의아한 것은 러시아와 같은 군사강대국이 정식 군대가 아닌 용병을 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작전운용개념인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 이후 더 이상 대규모 재래전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여 총참모장 게라시모프 독트린이라고 불리는 '차세대전(new generation war)', 즉 하이브리드전을 주창하였다. 러시아는 현대전 양상은 전통적 군사력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비군사적 수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창하면서 경제전, 정보전, 심리전 등을 중시하였다. 이에 따라 2008년 이후 국방개혁을 추진하여 로켓포병, 무인기, 전자전 장비 등과 같은 하이브리드전에 적합한 무기체계를 전력화하였다. 그리고 대규모 병력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동원중심체계를 포기하고, 국경지역의 분쟁 시 24시간 이내에 투입이 가능한 여단 중심의 '상시 전투준비태세 유지군'으로 전환하였다. 동시에 하이브리드전의 맞춤형부대로 대대전투단(BTG)을 편성하여 도시지역, 소규모 조우전 등에 대을할 수 있도록 기동성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작은 녹색 인간들(little green men)'로 불려진 특수전부대, 친러용병, 민병대, 베르쿠트(berkut) 특수경찰부대를 창설하여 게라시모프 독트린 수행의 핵심부대로 준비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바그너 그룹과 같은 용병부대들이다.

실제로 2014년 크림반도 군사작전 시 초기작전은 병력을 절약하고 의도를 은폐하기 위하여 친러용병, 베르쿠트 특수경찰부대들이 크림 의회 건물과 군사기지, 관공서 및 주요 산업시설을 장악하는 활동을 하였다. 이후 작전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군사력을 증강하여 외형적으로 러시아는 군사작전을 실행한지 약 1주 만에 큰 피해 없이 크림반도를 합병하였다.

러시아는 이러한 경험에 따라 우크라이나전도 단기간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전쟁을 개시하였다고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하이브리드전은 초기 여건조성을 위한 비군사적 작전단계를 지나 군사작전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군사작전 단계에서 발생한 프리고진의 반란은 용병을 운용하는 하이브리드전 개념의 한계들이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군수지원의 문제이다. 장기간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군수지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전 개념은 대규모 전쟁이 아닌 단기간의 소규모 분쟁에 초점을 맞춘 부대구조를 편성하였기 때문에 군수지원에 많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현재 러시아가 고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프리고진 반란의 주 원인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쇼이구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수뇌부가 탄약 등 병참지원을 제때 해주지 않아 피해가 컸고, 전투 성과까지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군수지원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용병부대들까지 충분한 군수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원중심체계를 포기하여 병력충원이 쉽지 않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러시아는 동원이 여의치 않고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6월 11일 훈령을 내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40여개의 용병 조직에 7월 1일까지 군 당국과 공식계약을 체결하라고 명하였다. 이는 프리고진이 갈등을 빚고 있는 쇼이구 국방장관의 통제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민병조직을 정규군으로 흡수 통합하겠다는 것으로 여겨져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셋째, 용병들에게 국가를 위한 애국심을 이끌어내는 것의 한계이다. 바그너 그룹은 약 5만명의 전투원을 보유한 민간용병기업(PMC)으로 미국에서는 5만명의 전투원 중 4만명이 교도소 수감자였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용병들은 애국심, 호국정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순히 사람을 해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용병을 지원했다고 언급한 인원이 10%를 넘는다고 알려진 것처럼 용병들에게 국가를 위한 헌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초기 비군사적 작전 단계에서 주요 작전인 사이버전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전쟁 경험은 러시아의 사이버전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로 러시아의 여론조작 작전에 취약성을 보이지 않았고, 강력한 저항의지는 오히려 은밀한 작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군사작전 초기단계에 투입된 대대전투단(BTG)도 하이브리드전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대대전투단은 단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성격의 부대이기 때문에 작전이 장기화됨에 따라 유류 등 후속군수지원의 한계로 인하여 도로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되어 수많은 전차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편성상의 특징으로 현대전에서 중요한 종심 정밀타격 능력의 한계를 같이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의 중요한 교훈은 안보에 대한 위협인식과 대비개념의 중요성이다. 위협에 대한 인식은 미래에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군사적 대비 방향의 출발점이다. 더 이상 전면전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 개념에 의한 국방개혁을 단행하였지만 우크라이나전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하이브리드전의 한계가 될 것이다. 전쟁이 끝난다면 하이브리드전의 한계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며, 이를 주창한 군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결국 푸틴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용병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의 반란은 러시아 하이브리드전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 것으로 안보를 위한 전략적 사고와 대비개념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