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아이러니는 폐지 운명에 처해 있는 여가부의 '존속 이유'가 얼마전부터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관련 사례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와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로 "심각한 저출산 국가인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원인으로 지적한 '성별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상당한 교육 수준을 지닌 한국 여성들이 일과 육아 병행의 부담으로 경제 활동에 있어 많은 불이익을 겪을까봐 아이 낳기를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 석학의 분석대로 우리나라의 향후 존립 여부를 좌우할 초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을 견인하고 보장하는데 달려있다면, 여가부가 문을 닫지 말아야 하는 근거는 비교적 명확해진다. 돌봄 지원과 고용 평등을 각각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이 있지만, 여가부야말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요 정책의 어젠다를 가장 먼저 제시하고 수립 및 실행에 앞장서야 하는 '핵심 부처'이기 때문이다.
누가 됐든 새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향후 부처 운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 '드라마틱한 엑시트'가 아닌, '드라마틱한 대반전'을 이뤄내겠다고 답해주길 바란다. 의기소침해있는 조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고, 국민들로부터 "꼭 필요한 부처가 일도 잘하므로 없애지 말라"는 폐지 반대 여론을 이끌어내는 대반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