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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 노동자 추도비 철거…정부 “양국 관계 저해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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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1. 30. 16:26

정례브리핑하는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YONHAP NO-4718>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부는 일본 군마현 당국이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하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이 사안이 양국 간 우호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한·일 간에도 필요한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일본 정부 각료들은 군마현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문제를 두고 지방자치단체 결정사항이라며 중앙정부로서 입장표명을 회피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브리핑에서 "(추도비 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사항이며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 해당)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알고 있어서 정부로서는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하야시 관방장관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사항으로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정부는 코멘트를 삼가겠다"며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은 조선인 추도비 철거가 부당하다며 중지를 촉구하는 주장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사설에서 추도비 철거에 대해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시 중지할 것을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에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 이전의 일본을 미화하는 풍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일부 세력의 항의를 받은 군마현이 정치적 중립을 방패 삼아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려는 것이라면 역사 왜곡을 돕는 것일 수도 있다"며 "매우 위험한 사태"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군마현 추도비 철거 배경이 시민단체 행사에서 벌어진 정치적 발언을 원인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민단체는 "과거 일본의 강제연행 실시를 전국에 호소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고 싶다"며 "전쟁중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의 진상규명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군마현은 10년간 추도비 설치 조건으로 "정치적인 행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우익단체는 이를 근거 삼아 추도비 철거를 주장했다. 그간 일본 시민단체는 자국의 태도에 지난 2012년 부터 추도비 앞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과거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우익 단체의 의견을 수용, 추도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는 당해 마에바시지법에 군마현을 제소했다. 이 문제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가면서 2022년 결국 지자체의 철거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 지사는 지난 25일 회견을 통해 "비를 공원에 두는 것이 공익에 어긋나기 때문에 지사로서 결정한 것"이라며 "규칙 위반이기 때문에 철거를 결정한 것이지, 비에 대해 '반일'(反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를 철거하는 것과 역사 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마현과 일본 최고 재판소 결정에 따라 추도비가 철거되면 시민단체와 군마현 간 의견차가 있지만, 지자체 쪽에선 적절한 대체 부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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