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봉쇄가 풀린 이후 처음 맞는 설날. 관광업계에서는 올해 설 연휴가 역대 최고의 '명절 특수'라고 예측하고 있고, 해외 항공권과 여행상품권 등은 이미 90% 이상 소진되어 인기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네이버 '설 여행' TOP 30 쇼핑 랭킹을 보면 '설 연휴 다낭패키지', '설 명절 해외 가족여행', '설 연휴 효도패키지' 등 해외 여행상품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각 여행사들은 특수를 잡기 위한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의 해외 인기 여행지는 일본·베트남·태국 순이며, 지난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00만명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이 세 나라를 방문한 한국인만 130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여행플랫폼 아고다의 발표에 따르면 설 문화를 향유하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설 연휴 가장 많이 해외로 떠나는 나라 1위가 대한민국이며, 일본을 들른 외국인 관광객 중 1위, 지출 3위(10조)로 나타났다. 또한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 1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위, 태국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중 3위라고 하니, 이쯤 되면 우스갯소리로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여행의 민족'이라 할만하다.
2023년 전 세계 관광 지수 및 통계를 살펴보면 일본은 전세계 여행관광개발지수 1위를 차지했고(출처: 세계경제포럼·WEF ), 중국은 전세계 여행지 파워 2위 (출처: 전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 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외국인 관광객 유치 1위, 관광수익 78조7000억으로 전 세계 4위를 차지했다(출처: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베트남은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 1260만명으로 한국의 1040만명을 뛰어 넘었고, 2024년 새해에는 1800만명을 돌파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일본에 들른 전체 방문객 700만 명 가운데 절반이 2030세대라 하니, 이쯤 되면 여행의 민족(?)을 넘어 워라맬을 즐기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트렌드로만 여기기 어려운 위기감마저 든다. 즉 들어오는 사람은 적은데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고, 적게 버는데(2030세대) 많이 소비하는 해외여행 문화가 지속될수록 우리나라의 글로벌 관광 경쟁력이 약해질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매력처로 인기 있는 일본의 경우 도쿄뿐만 아니라 오사카·오키나와·규슈·삿포로 등 다양한 관광지 개발과 더불어, 한 번 왔던 사람이 또다시 찾아오는 재방문에 집중하면서 2003년 520만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9년 3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일본은 특유의 친절함과 정갈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보복여행(?) 소비의 최대 수혜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편 도처에 널린 산행문화와 함께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등 관광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에 힘쓰는 것과 동시에 토종 관광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잘 가꾸고 브랜딩하여 '여행의 민족' 한국인의 관심을 국내로 돌리는 노력 또한 급선무다. 결국 스스로에게 고유의 맛과 멋이 경쟁력이 있을 때, 세계인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나라 '대한민국 관광'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